경기둔화·에너지가격 하락이 오히려 실적에 도움
[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경제의 앞날이 우울해질 때 주가가 오르는 회사가 있다. 한국전력이다. 밑지고 파는 전기를 덜 만들어도 될 뿐 아니라 석유같은 원료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코스피가 2% 가까이 하락한 지난 22일 한국전력 주가는 6.95% 급등했다. 지난 5월6일(7.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기관투자자들은 한국전력 주식을 7거래일 동안 총 707억원가량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한전 주가는 최근 6거래일 중 나흘에 걸쳐 상승세를 탔다. 반면 코스피지수가 1.7% 가량 반등한 23일 오전 10시20분 한국전력은 0.9% 약세를 기록중이다.한국전력은 앞서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던 동안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었다. 경기가 좋아 전력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손해가 증가하는 손익 구조였기 때문이다. 산업용 전력 가격은 원가의 96.5%에 불과하고, 주택용 전력의 원가율은 93.7% 수준이다. 물가안정이 우선이라는 정부방침에 따라 전기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못한 결과다. 경기둔화 우려가 한전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위축됐던 때 한전의 전력판매 증가율은 각각 4.5%, 2.4% 수준으로 크게 둔화됐다. 전력판매량은 지난해 10.1%의 증가율로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7월까지 증가율은 6.3%로 다시 꺾이는 양상이다.전기를 만드는데 쓰이는 연료 가격이 최근 국제시장에서 약세를 보이는 것도 한전으로서는 반길 일이다. 역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덕분이다.유덕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에너지가격이 하락하면 적자를 지속하던 한국전력 실적에는 도움이 될것”이라고 분석했다.결국 업종 자체의 상승모멘텀이 부각된 것이라기 보다는 '손해를 덜 보는' 상황을 맞아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인 매력이 부각된 셈이다.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한전과 같은 유틸리티 업종은 공공성에 중점을 둔 사업을 하기 때문에 경기둔화 시점에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전력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증시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천우진 기자 endorphin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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