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미래에셋이 증시에 잇단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신용융자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을 말한다. 미래에셋증권이 신용융자를 중단한 것은 돈을 빌려 주식을 사도록 하는 것이 투자자를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6일부터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하고 신규 대출 한도도 대폭 축소하면서 최근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상황에서 시장 건전성 확보와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용융자를 하지 않으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당장 수입이 줄고 융자를 필요로 하는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 같은 부담을 감수하면서 과감한 조치를 취한 것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발 위기 등의 대외변수를 큰 변곡점으로 판단하고 시장에 경고를 띄운 것으로 증권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릫빚내서 투자할 때가 아니다릮는 박 회장의 판단을 실천에 옮긴 셈이다. 박 회장은 지난달 19일 21일간의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지금 세계경제는 미국과 유럽의 부채 문제와 이머징 국가의 인플레이션 문제로 많은 논의가 있다. 기업이익은 건강하지만 매크로 측면에서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들을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주변에 자기 소득에 맞지 않는 생활의 버블이 없는지 돌아보자”고 화두를 던졌다. 신용융자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지금까지는 신용융자 한도가 차거나 당국의 지도로 신용매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증권사 자체적으로 신용매수를 중단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조치다. 신용융자가 릫누이 좋고 매부 좋은릮 식의 비즈니스 모델인 탓이다. 증권사로서는 매매 수수료 외에 별도의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고 투자자는 본인의 투자금 외에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융자에는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주가 상승기에는 신용융자가 수익 확대의 지름길이지만 하락장에서는 투자자의 손실이 급격히 커진다. 이번 주가 급락 시에도 담보비율이 모자라게 된 상당수 개인의 신용매수 물량이 반대매매로 쏟아지며 주가 급락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미래에셋증권이 신용융자를 중단하면 각각 3900억원과 4000억원의 신용, 펀드담보 대출로 받아왔던 7~10%의 이자가 줄게 된다. 고객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일부 고객은 다른 증권사로 주식를 이체하는 등의 방법을 찾고 있다. 한 투자자는 증권커뮤니티 팍스넷에 “한시적인 조치라지만 만약 지수 상승 시에 신용을 풀어준다면 오히려 상투를 잡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증권업계는 미래에셋증권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 중단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급락장에서 신용거래를 통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백종민 기자 cinq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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