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컨선·유조선 시황 동반침체 해상운임도 금융위기 직후 수준 폭락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해운업계가 '더블딥(이중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해운업의 3대 축인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시황이 동반 침체에 빠지며 해상운임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업계는 3대 부문이 동시 하락세를 나타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금융위기 직후의 '악몽'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2일 1253포인트를 기록하며 최근 3개월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7% 하락한 것으로, 국내 해운사의 손익분기점은 물론 2010년 BDI 평균(2758포인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전통적 성수기를 맞이한 컨테이너 운임지수(CCFI)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한 CCFI는 980.78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18.8% 떨어졌다. 연초 대비로도 7.47% 낮다. 당초 해운업계는 3분기부터 컨테이너부문의 성수기를 맞아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즌효과가 실제 운임에 반영되지 않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유조선 시황을 나타내는 월드스케일(WS) 역시 48.91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해운업계는 3대 부문의 동시 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되자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과거 해운시황은 컨테이너 비수기에 벌크부문이 호조를 나타내고 벌크 불황기에 유조선부문이 활기를 나타내는 등 각 부문별 사이클이 명확히 구분됐다. 그러나 금융위기 직후 3개 부문이 동시 불황을 겪는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또 다시 부진이 지속되자 업계의 한숨도 깊어지는 모습이다.중소 해운사 고위 관계자는 “현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 가장 걱정된다”며 “더블딥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업계에서 예상했던 것으로, 침체기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너무 빨리 회복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게다가 올해는 고유가까지 겹쳐 해운사의 부담도 더욱 커졌다. 2일 선박 연료유로 주로 사용되는 벙커C유(싱가포르 380cst 기준)의 가격은 t당 686.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0달러이상 상승했다. 컨테이너선사의 경우 운항원가에서 연료유 비용이 차지하는 비용이 20~25%에 달해 부담도 크다. 이로 인해 중소해운사는 물론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지난해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한 국내 대형 컨테이너선사들도 상반기에만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황분석센터장은 “조선 호황기에 발주된 선박들이 시장에 쏟아지는데 화물 수요는 이를 따라가주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2~3년간 시황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조슬기나 기자 seul@ⓒ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