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는 2010년 7월 초에 원유 유출 피해지역인 멕시코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관광객이 멕시코만을 찾아달라고 미국민에 호소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7월 16~18일 동북부 메인주에서 주말휴가를 갔다가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대통령 가족은 결국 다음달인 8월에 열흘간 2차 휴가를 가고 이틀을 멕시코만의 플로리다주에서 보냈다.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라디오, 인터넷 연설에서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이 지역경제와 서민경제를 살리는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면서 국내 휴가를 권장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도 가족과 함께 꼭 휴가를 가도록 권유하고 싶다며 이미 청와대 직원들에게도 모두 휴가를 다녀오게 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취임 이후 작년까지 평균 5일을 여름휴가를 갔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수해, 외환위기를 이유로 휴가를 포기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5년중 3번을 다녀왔다. 이전 대통령에 비해서는 자신이나 주위에 대한 휴가인심이 후하다. 이 대통령은 법적으로 20일을 쓸 수 있다. 작년 주요국 정상의 휴가를 보면 미국이 열흘이 넘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3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한달여 가량,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일주일, 중국 최고지도부는 2주간 집단휴가를 갔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휴가를 독려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휴가가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다 대통령 주재 물가장관회의가 20일 잡히면서 주말과 제주지역 강연을 낀 3박4일의 짧은 공무를 겸한 휴가에 만족해야 했다. 지방에서 쉰다는 다른 부처 장차관들도 대부분 2박3일, 3박4일이 고작이다. 저축은행사태, 내부일정 등이 빡빡한 일부 부처는 휴가 반납이 기정사실화됐다. 기관장이 교체되거나 교체예정인 공공기관은 새 기관장 눈치보느라, 업무보고 준비하느라, 후임 기관장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들이 휴가도 가고 지역경제도 살리자면 2박3일,3박4일로는 턱도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 독일판은 최근 한국의 후진적인 휴가문화를 소개하면서 "산업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 한국이 연평균 휴가기간이 11일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단기로 나눠서 사용한다"고 전했다. 독일에서는 여름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총리에게 '일은 열심히 한다'보다는 '신뢰감이 떨어지고 조급하다'는 이미지를 갖는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대통령, 장차관부터 느긋한 휴가를 떠나고 이에 대한 인식, 시각이 바뀌어야 휴가와 지역경제 살리기 두 마리 토끼가 잡힐 것이다.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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