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기가 겁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고장이요 사고다.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산천은 물론이고 프랑스에서 도입한 KTX도 마찬가지다. KTX는 어제 하루 사이에 두 번이나 고장을 일으켰다. 그 이틀 전에는 KTX-산천이 일을 냈다.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은 올 들어 광명역 탈선 사고 등이 잇따르자 "항공기 수준으로 정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 헛말이 됐다. 어제 오전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 120호 열차가 모터블록 고장으로 김천 황악터널(9975㎞)에서 1시간 동안 멈춰 섰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승객 400여명은 컴컴한 터널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오후에는 서울행 KTX 252호 열차가 출발 30분 만에 냉방장치에 이상이 생겨 승객 800여명이 2시간여 동안 꼼짝없이 찜통열차 안에 앉아 있어야 했다. 앞서 15일에는 서울발 마산행 KTX-산천 열차에서 변압기 고장으로 연기가 발생해 놀란 승객 15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KTX는 크고 작은 고장과 사고로 '사고철' '고장철'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2009년 23건에서 지난해 53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서도 10분 이상 운행이 중단된 사고나 고장 건수가 벌써 36건에 이른다. 그럼에도 국토부와 코레일은 왜 이처럼 고장이나 사고가 잦은지 아직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전자 장비는 고장이 발생해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국토부의 해명은 어처구니가 없다. 잦은 사고는 대형 사고의 전조다. 이대로 가다간 언제 어디서 끔찍한 참사가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시적으로 운행을 중단하는 한이 있더라도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잦은 사고와 고장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급하다. 철도노조의 말처럼 정원 감축과 정비ㆍ보수업무 축소의 결과인지 아니면 차량 자체의 결함 때문인지, 직원들의 운행 미숙이 문제인지 등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뜯어고쳐야 한다. 아울러 사고 원인 조사와 대책 수립을 코레일에만 맡겨둘 게 아니다. 이제까지의 행태로 보아 또다시 "큰 문제는 아니다"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라는 식으로 얼버무릴 가능성이 크다. 외부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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