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에 엔달러 환율이 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일본이 시장에 다시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78.48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3월17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은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53분 현재 78.75엔에 거래되며 3거래일째 80엔선을 밑돌고 있다. 최근 엔화 강세가 심해진 것은 미국과 유럽의 영향이다. 미국의 고용 및 주택시장 부진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 우려와 오바마 행정부의 부채한도 상향조정 논의로 재정상태가 악화될 것이란 걱정이 달러 약세를 이끌며 엔 강세가 심화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지원은 불투명한 상태며, 재정 우려는 유럽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로 확산됐다. 여기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2일 아일랜드의 국가신용등급을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으로 강등하며 우려를 키웠다. 엔·달러 환율이 78엔선으로 떨어지자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최근 엔화 움직임이 다소 한 방향으로 쏠린 경향이 있다”며 “시장을 계속해서 신중하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시장개입에 나설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시장개입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시장 개입 조치는 환율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거나 무질서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로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엔 강세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일본 정부는 결국 시장개입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월11일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 경제가 취약해져 있는 가운데 엔 강세로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받는다면 경제 회복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더들과 정부 관계자들도 현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엔·달러 환율 77엔선을 마지노선으로 분석했다. 바클레이즈캐피털은 엔 강세가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해 닛케이 225지수가 9000선을 하회하는 것이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경고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와SB인베스트먼트의 이케자와 겐이치로 수석 펀드매니저는 “정부의 개입이 곧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투자자들은 정부의 어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재무상도 엔화 움직임을 점점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머지않아 중대한 단계를 밟을 준비를 시작할 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한편 대지진 여파로 지난 3월17일 엔·달러 환율이 76.25엔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자 주요7개국(G7)은 다음날 긴급회의를 통해 공동 시장개입을 결정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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