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근대산업을 발전시킨 토대이자 인류의 양적ㆍ물적 풍요 및 과학의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그러나 인간소외, 계층 간 격차, 환경위기 등의 폐해를 낳았으며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위기, 자원의 고갈, 부동산 침체, 실업률 증가 등 인간 삶의 근본적인 탈출구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패러다임으로 1970년대 이후 슈마허, 폴 호큰 등은 물질과 금융자본만이 아닌 자연자본과 인적자본을 포함한 자연자본주의(Natural Capitalism)를, 2000년대 세계적인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산업이 필요하다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의 국문학자 이어령 선생은 지구상의 살아 있는 생명체가 생산의 자본이 되고 창조의 자본이 된다는 자연자본주의와 창조적 자본주의를 통합한 생명자본주의(Vita Capitalism)를 주장했는데, 이것은 생명이 자원이 되고 감동이 경제력이 되는 물질의 소유가 아닌 감동의 가치를 생산하는 자본주의로, 생명의 중요성과 감성적 가치를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물질만능주의 및 자연과 창조의 자본주의와 차별화된다. 21세기 생명자본주의에 가장 근접한 분야는 동물과 식물이 어우러져 자연에 감동하고, 인간적 희로애락을 같이할 수 있는 농축산업이야말로 앞으로 다가올 자본주의의 변화하는 패러다임의 선두주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구는 1951년 동결정액을 이용한 인공수정이 최초라 할 수 있다. 그 후 1953년 와츠슨과 크릭이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힘으로써 현대 유전학의 출발점이 됐다. 1970년대 후반 박테리아를 이용한 최초의 인간성장 호르몬 생산에 성공하고, 1981년 오하이오대학 고든 연구팀에 의해 동물의 유전자를 쥐에 이식한 형질전환 생쥐가 세계 최초로 생산됐다. 이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인간의 치료약을 동물의 젖이나 오줌에서 생산하는 소, 돼지, 산양을 생산하고 있으며 2008년 미국의 바이오벤처 회사 GTC사는 사람의 항혈액응고제를 산양의 젖에서 생산해 시판 중이다. 이에 반해 국내 연구자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인간에게 사용할 바이오 신약을 동물의 젖이나 오줌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연구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국내 연구진은 후발주자였음에도 10년간 많은 성과를 이뤘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돼지의 유즙에서 EPO(빈혈치료제), tPA(혈전치료제), FactorVIII(혈우병치료제), vWF(혈우병치료제)를 생산하는 4종의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했으며 조아제약의 EPO, 엠젠의 GM-CSF(항암치료보조제) 등 다수의 바이오 신약 생산용 동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상업화가 이뤄진 제품은 없다. 상업화가 지지부진한 것은 젖으로부터 순수 신약의 대량정제, 기업의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투자비용, 도전하기 힘든 연구개발(R&D) 시스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2015년 2000억달러(전망치)의 세계 바이오제약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업계의 인식과 도전정신이 중요하다. 이제 선택의 시간에 많이 남지 않았다. 위험부담도 크지만 돌아올 성과도 크다. 동물생명공학 분야는 생명자본주의 시대에 걸맞은 작지만 강한 축산업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진기 농촌진흥청 동물바이오공학과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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