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광역교통개선 대책 졸속 추진 불만 증폭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하남에서 12년째 거주중인 박상희씨는 "하남 미사, 감일·감북에 고덕까지 주변이 모두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기고 있다"며 "보금자리가 들어오면 생활권은 거의 서울인데 잠만 자고 다시 서울로 출근하려면 지금도 정체가 심한 이 도로(서하남 나들목)는 형편없는 도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및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짓는 보금자리주택 지구의 교통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규정대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문제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사이 오히려 일선 기초지자체가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하남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 송파구는 ‘하남 감일·감북지역 보금자리 주택 건설에 따른 광역 교통개선대책 건의(안)’을 마련했다. 송파구청 녹색교통과 양동정 과장은 "보금자리주택은 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으로 시행되는 것이 맞지만 교통개선대책이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서울 동남권 관문인 송파와 강동지역의 교통대란이 우려된다"며 "현재 나와 있는 광역교통개선대책은 사업지의 차량통행패턴 등 교통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미봉적인 수준"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실제로 10년 전부터 계획이 진행된 위례신도시의 경우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총사업비 4조3780억원이 투입되는 23개 교통개선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반면 하남감일지구의 경우 사업지 진출입로 확장과 연결도로 신설이 전부다.동남권 뿐만이 아니다. 주택수만 9만5000여가구가 들어서는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 지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광명시흥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 중 신설되는 전철 및 도로는 지구와 천왕역 간 노면전차와 매화산단 연결도로 2.4㎞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기존 도로 일부를 확장하거나 기존 도로를 활용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정도다. 특히 새로 신설되는 도로망조차도 이미 교통정체가 심각한 서부간선로·경인국도 등과 연결돼 이 일대 정체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광명시 하한동 일대와 광명사거리의 교통은 지금도 체증이 심해 서울로 나가는 길이 막혀있다. 대규모 신도시급 보금자리가 입주하게 되면 서울로의 진입은 커녕 하안동 진입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는 서울 강남·세곡세곡2, 서초우면·내곡 등 4곳으로 총 2만5000여가구가 반경 7~8㎞내 몰려 있지만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별도의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강남권 4곳의 면적을 합할 경우 284만㎡임에도 불구하고 광역교통계획조차 없는 보금자리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이와 함께 교통 전문가들은 도로 등 기반시설확충 대책이 시급히 마련해야 함과 동시에 지구 내부에서의 교통 연계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서민을 위한 주거지이지만 지구내부의 대중교통 시설 부족으로 승용차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의 김선웅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나와 있는 교통대책은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이 지구 초입과 기존 도시를 연결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보금자리에 입주하게 되는 서민들이 지구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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