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딸깍발이]我淚日日添黃波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하늘과 인간의 거대한 '보(堡)싸움'이 시작됐다.보싸움은 그동안 수없이 예고됐다.승부는 이미 결정돼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릴 적 개울에서 즐겨하던 놀이가 일명 '보(堡)싸움'이다.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두패로 나뉜 무리가 개울 위 아래에서 동시에 둑(보)를 쌓은 다음 위쪽에 가둔 물로 아래 둑을 터뜨리는 놀이다.승부 또한 간단하다. 윗패가 물을 터뜨렸을 때 아래 둑이 무너지면 윗패가 승리한다. 아래 패는 수성해야만 이긴다. 보싸움 해본 사람은 안다. 둑을 쌓으랴, 상대편을 살피랴 금새 흙투성이가 되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작은 개울은 전쟁터가 되고, 조무래기 병정들은 전사가 된다. 흙과 돌들이 날라지고 둑이 쌓여진다. 진짜 묘미는 공격시점을 찾는거다.나무와 자갈, 진흙 등을 가져다 둑을 쌓는 동안 상대편의 허점을 발견하면 둑을 짓다가도 일시에 공격을 감행한다. 마침내 거대한 水攻이 펼쳐진다. 물살이 일제히 몽골 병사처럼 아래 둑으로 치달아간다. "와아 !"커다란 함성이 지축을 흔든다. 승리한 병사들이 얼싸안고 난리법석이다. 그 열광이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개울은 우리에게 수리와 역학을, 놀이와 치수(治水)의 원리를 가르쳤다. 과학이란 사실 '합의된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위치 에너지'라는 합의로서의 과학 이전에 개울 안에는 이미 자연이 스스로 내재시켜놓은 과학이 있다. 애들마저 놀면서 깨닫는 과학이다. 개울 또한 굳이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자신을 그저 놀이터로 내줄 뿐이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강물에 오만해졌다. 강물은 젖줄이다. 젖줄을 따라 마을과 마을이 이어지고, 도시가 생겨나 삶의 터전이 형성됐다.흐르는 물은 흐르고, 남아 있을 물은 남게 하는 것. 아랫 동네 농토에도 물을 나눠 모두 평화롭고자 했던 슬기로운 시절은 갔다. 4대강. 그에는 16개의 보가 있다. 지금 16개 보는 과학이 아니라 타협과 공존을 거부한 치수의 정치학이다.조무래기들의 보싸움은 싸움이 끝나고 그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내일 또다시 개울에 모여 한판 더 벌일 수 있지만...하늘과 인간의 보싸움은 수천만 목숨을 댓가로 치뤄야할 것이니...한줌의 비가 이리도 공포스러울 줄이야. 지금 4대강과 그에 연결된 전국 367개 지천이 싸움터가 됐다. 4대강이 완공되기 전까지 하늘은 '수천만개의 몰폭탄'을 퍼부을 태세다. 몇 시간에 최고 수백mm 이상을 퍼부을 수 있는 물폭탄이다.물폭탄을 맞을 인간의 16개 보는 허약하기 그지없다. 하늘은 벌써 공격을 시작했다. 반면 인간은 적진의 동태와는 달리 흙과 바위를 쌓느라 혈안이다. 지난 5월의 수해사태는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5월 1일 남한강의 여주읍 지역에는 82㎜, 이포보가 있는 대신면에는 91㎜가 내렸다. 이 비로 강천보 공사현장 가물막이 200m 구간이 급류에 쓸려 갔으며 강천보 인근 이포보 현장의 강둑 70m 구간도 유실됐다.  낙동강 강정보 영산강 승촌보 공사현장 등에서 가물막이가 무너져 구미지역은 무려 5일간, 광주지역은 10시간이나 물이 끊겼다. 서울의 한강은 보름 이상 붉은 흙탕물 천지를 이뤘다. 이제 강물은 더 붉게 물들 것이다. 하늘과 인간의 싸움을 막아설 어떤 방패도 없으니...무력함이 눈물겹다.  "의연한 강물아, 유구한 강물아"우리의 눈물이 날마다 붉은 물결에 더하는 것을(我淚日日添黃波)아느냐.  이규성 기자 peac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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