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경석기자
찰스 자비에(프로페서X)와 에릭 랜셔(매그니토). 한때 친구였던 두 사람은 이념 차이로 적이 된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엑스맨](오른쪽, 2000)은 약 40년의 시간 차이가 있다.
프로페서 X a.k.a. 찰스 자비에찰스 자비에는 텔레파시와 독심술, 심지어는 타인의 생각까지 바꾸고, 몸의 감각을 조작하거나 기억을 완전히 지울 수도 있다. 사람이 듣고 보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능력으로 돌연변이들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챈다는 점에서 엑스맨의 지도자가 되기 충분했다. 훗날 ‘프로페서 X’가 된 찰스를 통해 돌연변이들은 ‘커밍아웃’하고 공동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원작자 스탠 리와 잭 커비가 흑인 인권 운동에 한 평생을 바친 마틴 루터 킹에게 영감을 받아 프로페서 X를 만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외모는 전설의 할리우드 배우 율 브리너를 참고했다. 영화와 달리 만화에서는 초능력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무렵 대머리가 되는 것으로 설정된다. 16세에 하버드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했고, 옥스포드로 진학해 학업을 이어갔으며 , 한국전에도 참전했다. 영화에서 CIA요원으로 나오는 모이라는 만화에서 옥스포드 재학 시절 찰스의 약혼녀였다. 매그니토 a.k.a. 에릭 랜셔프로페서 X의 영원한 맞수가 되는 매그니토는 금속을 이동시킬 수 있는 염력을 가졌다. 얼핏 악당처럼 보이지만 원작자 스탠 리의 말처럼 “돌연변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차별주의자들에게 대항하는 존재”일 뿐으로, 안티히어로이자 히어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탠 리는 애초에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대척점을 강조하기 위해 친형제로 설정하려 했으나, 결국 나치 학살의 피해자인 독일 국적의 유태인으로 최종 결정했다. 만화에서는 나치에 의해 부모를 잃고 아우슈비츠에서 만난 소녀 마그다와 수용소를 탈출, 이름도 매그너스로 바꾸고 결혼해 아이까지 낳지만 초능력 때문에 원만한 결혼생활에는 실패한다. 당국에 의해 쫓기는 신세가 된 그는 이름을 에릭 렌셔로 바꾸고 이스라엘로 건너가 한 병원에서 만난 찰스 자비에와 친구가 된다.(왼쪽부터) 에릭 랜셔, 모이라 박사, 엠마 프로스트, 아자젤, 비스트, 하복, 엔젤, 미스틱, 찰스 자비에.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어떻게 제작됐나?<엑스맨> 시리즈의 성공으로 20세기 폭스는 2004년 시나리오 작가 셸던 터너를 고용, 매그니토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를 기획했다. 기존의 <엑스맨>에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를 가미한 것 같은 버전으로, 에릭 랜셔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혀 있던 시기부터 탈출 후 찰스 자비에와 첫 만남, 나치 전범들에 대한 복수가 담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작가조합의 파업으로 미뤄졌고, 이야기의 배경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61년으로 옮겨졌다. 20세기 폭스는 그 사이 매그니토에 관한 스핀오프가 성공하면 젊은 ‘엑스맨’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스핀오프f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울버린>에 이어 매그니토의 스핀오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차례대로 제작될 예정이었던 것. 그러나 계획은 바뀌었고, 결국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연출할 예정이었던 브라이언 싱어는 불발로 끝난 매그니토의 스핀오프를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 더했다. 또한 <잭 더 자이언트 킬러> 감독직을 위해 싱어는 제작자로 직함을 바꾸었고, 빈자리에 매튜 본 감독을 세웠다. 매튜본은 코믹북 <불가사의한 엑스맨>(1963)과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06)를 토대로 <스타트렉> 시리즈와 <007> 시리즈를 결합한 것 같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참고로 텔레파시 능력이 있는 찰스 자비에와 엠마 프로스트가 꿈 속에서 싸우는 액션 시퀀스는 <인셉션> 때문에 삭제됐다고.에릭 랜셔(왼쪽)의 헬멧은 누가 만들었을까? 엠마 프로스트의 초능력은 늙지 않는 것?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옥의 티?<엑스맨>은 원작 코믹북에 애니메이션, 영화 그리고 각종 스핀오프까지 나오다 보니 종종 전후 관계가 뒤엉키곤 한다. 특히 3편까지 제작된 영화 시리즈와 스핀오프 혹은 프리퀄에 해당하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찰스 자비에는 1962년에 부상을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지만 2000년대가 배경인 <엑스맨-최후의 전쟁>에서 프로페서 X의 20년 전 회상에서는 멀쩡히 걸어다닌다. 1979년이 배경인 <울버린>에서도 마찬가지다. 만화와 <엑스맨>에서 찰스 자비에와 에릭 랜셔는 10대 후반에 처음 만난 것으로 설정돼 있지만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이미 20대를 넘겼다. 또 <울버린>에서 10대이던 엠마 프로스트는 그보다 17년 전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훨씬 나이 들어 보인다. 또 하복은 사이클롭스의 동생인데, 앞뒤가 맞으려면 <엑스맨> 시리즈의 사이클롭스는 할아버지로 나와야 한다. 매그니토의 헬멧 제작 배경도 앞뒤가 안 맞는다. <엑스맨> 1편에서 프로페서 X는 매그니토가 세레브로 제작을 도운 뒤 이를 토대로 헬멧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매그니토는 세레브로 제작을 도운 적도 없고 헬멧은 직접 만들기는커녕 세바스천 쇼우에게서 빼앗은 것이다.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