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밖에서 걱정하는 '한국경제 양극화'

'한국 경제가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빈부가 뚜렷하게 분리돼 있다.'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어제 '쪼개진 한국 경제(South Korea:An economy divided)'라는 제목을 달아 쓴 특집기사의 내용이다. 한국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뒤편에는 재벌과 서민,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모두가 알고 집안의 일이라 해도 밖에서 걱정하는 말이 나오면 가슴이 뜨끔해지는 법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도마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 같은 현상은 한층 깊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업체, 부자와 서민 사이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FT라는 거울에 비친 한국 경제의 모습에서 우리는 일그러진 자화상을 새삼 확인하고 우울해진다. FT는 잘나가는 재벌기업과 중소기업, 서민의 어려움을 양극화의 상징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리며 경제위기 극복의 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외형적 경제 회복이 중소기업과 많은 빚을 진 가계의 어려움을 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FT는 이전부터 한국의 재벌 시스템에 비판적이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수출 대기업들이 환율 시혜를 입고 성장했지만 국내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 위주의 성장 과정에서 서민의 자살이 늘고 있으며, 가계 빚에 눌린 직장인들은 식당 밥 대신 1000원짜리 컵라면을 먹는다고 썼다. FT의 이 같은 시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수기반을 탄탄하게 갖춰놓지 않으면 경제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고 장기적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충고는 귀담아들을 만하다.양극화의 그늘과 청년실업,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다. 여러 번의 정부 대책에도 나아지는 기색이 없다. 특히 FT가 '시한폭탄'이라 부른 가계부채를 놓고 정부는 '아직 괜찮다'는 식의 안이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걱정이 크다. 정치권에서 친서민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소득'과 '일자리' 창출이 없는 시혜성 복지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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