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호기자
서울 첫 이적 당시 제파로프[사진 제공=FC 서울]
그런데 이젠 너무 많은 한국 에이전트가 우즈벡에 몰렸다. 그러면서 몸값도 너무 올 랐고, 재미없어졌다(웃음) 이제 다른 시장을 개척하려고 노력중이다. 난 이미 다른 사람이 해놓은 걸 하면 재미가 없다. 노력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한다. 같은 걸 선수들에게도 강조한다. 발전적인 선의의 경쟁을 위해 노력한다.스투 K리그에 흔히 볼 수 있는 브라질 외국인 선수는 관리하지 않는가김양희(이하 김) 우리는 브라질 외국인 선수는 잘 안 다룬다. 잘 모르는 선수를 막 이적시키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늘 브라질 나가 있을 수도 없고, 내가 모르는 선수 소개해서 잘 못해 오앤디의 명성이 깎이는 건 싫다. 불성실하고 멘탈이 약한 선수도 많다. ◇ 축구 꿈나무와 K리그를 향한 고언스투 베테랑 에이전트로 봤을 때 축구선수로서 성공하려면 어떤 걸 갖춰야 할까?김 성실함과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다. 성실함에서 집중력이나 마인드 컨트롤도 나오는 법이다. 이건 외국인선수도 마찬가지다. 박지성이 성공할 수 있던 것도 성실함이다. 지성이가 재능이나 신체조건이 탁월한 것도, 처음부터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다 정신력으로 극복했고, 그 정신력은 성실함에서 나왔다. 내가 여자로서 에이전트 세계에서 살아남은 것도 나름대로 성실하게 올인하는 자세로 임했기 때문이다. 돌파구는 저절로 찾아지지 않는다. 내가 좀 성실하다(웃음) 우리 선수들에게 90분 동안 경기에 푹 빠지라고 주문한다. 가끔 경기하는 모습을 보 면 잡생각이 너무 많다. 슈팅, 패스, 헤딩을 하더라도 목적을 갖고 해야 한다. 공이 온다고 아무 생각 없이 하면 절대 안 된다. 한번은 터키리그에서 170cm도 안 되는 선수를 봤는데, 장신 숲 사이로 비호같이 나타나 헤딩을 넣더라. 실제로도 헤딩골이 많은 선수였다. 골을 향한 집중력이 대단했다. 그런 선수는 반드시 성공한다.더불어 긍정의 힘도 필요하다. 프로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선수가 훨씬 많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평불만만 나오고 성실함도 안 생긴다. 요즘 해외 진출이나 연봉 얼마 받는지에만 신경 쓰고 뜬구름만 잡는 애들이 너무 많다. 스투 K리그 선수들에게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어떤 주문을 하고 싶나김 K리그 선수에게 가장 우려가 되는데 책임-의무-권리의 밸런스가 안 맞는다는 점이다. 내가 의무를 다할 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정확히 교육이 되지 않아 결여된 선수가 가장 안타깝고 우려된다. 지금은 어린 선수들이 너무 연봉에 포커스를 맞춘다. 에이전트들도 거기에 한 몫 했다. 나부터도 반성한다. 미래가 창창한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본인이 가장 중요한 의무가 뭔지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축구선수는 축구가 직업이고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축구선수로서 올인하고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때 돈과 명예는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늘 강조한다.스투 실제로 대표선수가 되거나 조금만 유명해지면 허황된 꿈을 꾸거나 게을러지는 선수가 종종 보인다.김 대다수 선수가 대표가 되고 잘 한다는 평가를 들으면 나태해진다. 그런 점이 힘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비전과 꿈을 향해 나가는 유망주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선수가 별로 없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유럽보내줄게' '내가 J리그 보내줄게'란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에이전트가 득세했다. 요즘엔 선수들이 오히려 대놓고 "나한테 뭐해줄 수 있는데요"라고 물어본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아…이건 아니다' 싶었다. 우리가 해외진출이나 대형계약을 못 해주겠다는 게 아니다. 그런 목표를 설정한 선수는 발전이 없다. 어느 순간에도 만족할 수 없는 게 돈이다. 그런 선수에겐 에이전트가 필요한 게 아니라 투자상담사가 필요할 것 같다. 목표가 이미 틀린 거다. 스투 선수들에게 인터뷰의 중요성도 강조하던데김 언론이나 팬들은 선수를 보고 싶어한다. 기업은 왜 선수 스폰서를 하겠나. 다 홍보효과를 위해 투자하는 거다. 그만큼 선수도 모자 쓰고, 옷 입고, 신발 신고 나가야 한다. 아디다스 스폰서 받는데 나이키가 더 좋다고 입고 나가면 되겠나. 프로선수는 나 혼자 인생 즐기려고 사는 게 아니다. 팬과 함께 즐기는 게 프로스포츠고, 선수는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 경기 졌다고 인상만 팍팍 쓰고 있으면 안된다. 팬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터뷰도 일종의 선수 가치를 상승시키 는 마케팅이다. 잘나간다고 자만하고 기자들 무시하려 하면 안 된다. 좀 떴다고 팬들 사인해주고 사진 찍어주는 것 귀찮아해서도 안 된다. 스투 기자 입장에서 보면 프로야구는 경기 전 더그아웃 인터뷰 등 미디어와 선수가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덕분에 이야깃거리도 많이 나온다. 이에 비해 K리그는 선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되어 있다. 김 동감이다. 경기 전날 미디어데이 뿐만 아니라 연맹이나 구단도 언론과 선수가 좀 더 자주 대화하고 인터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선수들도 정형화된 대답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한다. 팬들과도 자주 만나게 해줘야 한다. 감독들도 너무 경직되지 않고, 선수들도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고 즐겁게 인터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