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가 있는 ‘곡선의 삶’이 행복하다

유영만 한양대 교수학습개발센터장■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쳤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경제연구소 인력개발원에서 변화와 성공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했다. 이후 안동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및 동 대학 교수학습개발센터장으로 있다. 용접공에서 교육학자로 인생 역전한 특이한 이력의 그는 60권이 넘는 책의 집필과 강의, 칼럼, 트위터까지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는 ‘지식생태학자’로도 활동하며 창의적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무한 경쟁사회에 내몰리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삶의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며 우울증. 자살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속도와 효율, 그리고 성과 극대화를 슬로건으로 앞만 보고 직선으로 ‘질주’하는 현대인들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무엇을 위한 속도와 효율인지, 무엇을 위해 왜 이렇게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인지.최근 취업 포털 인크루트 등에서 실시한 직장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직장인이 28.5%가 ‘속도주의의 무한경쟁에 지쳐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현대인이 불행을 절감하는 이유는 경쟁, 속도전, 성과주의, 효율로 상징되는 직선형의 삶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선주로에서 내려와 곡선처럼 살아가는 것이 새로운 행복 패러다임이 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직선’을 벗어날 수 있는 가치인 ‘곡선형 삶’이란 무엇일까.첫째, 곡선은 시련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유연함이다. 곡선형 인간이 지니고 있는 최고의 미덕은 부드럽게 휘는 힘. 절망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조급하게 정면 돌파를 시도하지 않고 궤도 수정을 통해 재도전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한다. ‘역경’을 뒤집어 남다른 ‘경력’으로 만들어내는 힘의 근원도 부드럽게 휘었다가 도약하는 곡선적 사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곡선형 인간은 앞으로 가는 것만이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어둠과 밝음, 오르막과 내리막, 성공과 실패,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혼돈과 질서, 낮춤과 높임, 불행과 행복, 불확실과 확실, 위기와 기회, 퇴보와 진보, 불안과 안정이 순환하면서 반복되는 순환적 삶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곡선은 자세를 낮추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겸손함을 의미한다. 성공했어도 자만하지 않고 언제나 바닥에서 시작하는 초보자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겸손한 자세는 곡선의 마음과 사고에서 나온다. 바다가 이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 줄 수 있는 원동력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받아주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낮은 곳에 있어야 한다. 자세를 낮추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겸손하게 귀를 기울여야 상대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 내려감이 올라감이며, 낮춤이 높임이며, 바닥이 곧 정상이다. 언제나 자신은 부족하다는 초보자의 마음으로 상대를 높여주면 내가 높아진다. 셋째, 곡선형 삶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속도전에 벗어나, 멈추어서 즐기는 여유로운 휴식을 의미한다. 정지하지 않으면 정진할 수 없다. 쉼과 멈춤을 통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곡선형 삶이야말로 행복의 증표다. 어제 보다 더 많은 일을 더 빨리 달성해야 된다는 불안감이 날이 살수록 가중된다. 방향보다는 속도, 멈춤보다는 질주, 느림보다는 빠름을 삶의 가치로 설정해놓고 겉으로 보이는 결과만을 위해 무섭게 달려가고 있다. ‘소중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면서 ‘소중한’ 인간관계도 점차 ‘중요한’ 일에 눌려 무관심해지고 있다. ‘속도’ 속에서는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가기 위해서 지금은 ‘더 느리게, 더 낮게, 더 가까이서’ 직선으로 달려가고 있는 삶의 의미를 곡선적으로 성찰할 시점이다.<ⓒ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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