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업체 85% 점유…'조선 빅3' 수주 문턱서 번번이 무산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해양플랜트, 대형 상선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를 휩쓸고 있는 '세계 1위' 한국 조선업계가 '조선업의 꽃'으로 불리는 대형 크루즈선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크루즈선을 '미래 전략 선종'으로 지정하고 핵심 기술을 축적해오고 있으나, 경기위축과 전통적 강자인 유럽의 벽에 막혀 좀처럼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모습이다.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009년 11월 말 미국 유토피아와 11억달러 규모의 대형 크루즈선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으나, 이후 1년 6개월여가 지나도록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크루즈선은 개인이 객실을 소유할 수 있게끔 하는 아파트형 크루즈로, 본계약 전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선주사측이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유토피아 크루즈선의 분양률은 20%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삼성중공업은 2010년 상반기 중 본계약을 체결해 2013년 인도키로 했었다.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도 본격적인 크루즈선 시장 진출에 앞서 몇 년 째 '조만간'이라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몇 차례 계약 직전까지 협의가 이뤄졌으나, 번번이 무산돼 아쉬움을 남겼다. 크루즈업계 관계자는 "2010년을 전후로 크루즈선의 신조시장에 본격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국내 조선업계의 전략이 수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STX가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인수하며 대형 크루즈선을 수주했으나, 이는 국내 조선업계의 본격적 진출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바다 위 특급호텔'로 불리는 크루즈선은 척당 선가가 동급 화물선보다 최대 20% 높아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주목받는다. 연간 100억달러대 규모의 신조 시장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Fincantieri), 독일 마이어베르프트(Meyer Werft) 등 유럽 조선사들이 85%이상 점유하고 있다. 특히 내부 인테리어, 기자재, 엔진 등 연계산업을 총망라해야해 국내 조선업계가 '초일류 조선업체'로 세계 1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반드시 개척해야하는 시장이라는 평가다. 상선시장에서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서도 개척이 필수적이다.대형 조선사 고위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크루즈선 신조 발주가 주춤해, 국내 조선업계도 다른 고부가가치품목인 해양플랜트 등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크루즈 연계산업이 발전돼 있지 않아 영업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꾸준히 내공을 쌓으며 진행중"이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핀칸티에리는 적자누적, 민영화 논란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마이어베르프트는 도크가 거의 찼다. 발주가 본격화되면 한국 조선사들의 도약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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