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行 거침 없어진 이건희 회장 행보의 비밀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 '경영복귀 후 첫 대외경영행보에 나선지 만 1년…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선언 만 5개월…이재용·부진·서현 3남매 동반승진 후 약 4개월.'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서초사옥에서 공식집무를 개시한 4월 21일 이전 1년동안 삼성그룹 전체가 큰 주목 받은 3가지 일이다.재계는 이 3가지 삼성의 변화가 이 회장의 첫 공식출근 의중을 설명해 주고 있다며 이 회장 출근이 향후 삼성경영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 스포트어코드 참석차 출국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작년 3월 24일 이 회장이 '지금이 진짜 위기다'며 23개월만에 경영일선으로 돌아온 후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그룹전체의 경영성과가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만 1년이 지난 삼성전자의 1분기실적은 2년만에 3조원을 하회했고 애플이 특허권 침해로 삼성전자에 소송 제기하는 등 경쟁사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이 회장은 겉으로는 '위기론'을 제기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직접 경영사안의 구체적인 사안을 진두지휘할 때가 왔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 재계의 인식이다.'삼성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꿔 그룹 컨트롤타워를 부활시켰지만 그 기능적인 측면에 이 회장이 만족치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미래전략실은 그룹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기획·통제기능이 크게 축소됐다. 핵심 기능은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강조해 왔던 신수종사업 개발 및 계열사간 투자중복 조정이다. 바이오제약 조인트벤처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공식 출범시키고 헬스케어 부문에서 메디슨을 인수하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를 포함해 2차전지나 LED(발광다이오드), 태양광 등 대부분 부문에서 LG그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선두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이 회장의 속내가 그리 편할 리 없다.미래전략실의 이 같은 기능을 고려할 때 '외생변수'에 대한 대응을 이 회장 본인이 직접 챙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칠순의 나이에 건강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작년 말 3남매를 일제히 동반승진시키며 3세 경영구도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 회장은 후계경영구도를 앞으로 직접 챙길 수 밖에 없다. 과거 전략기획실은 그룹 전체의 밑그림을 두고 경영전략 외에도 후계구도 등 이 회장의 의중을 속속들이 파악해 실행에 옮겼지만 '미래전략실'은 그 기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이 회장의 '정부 낙제점' 발언 논란의 경우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는 의사를 미래전략실장을 통해 밝혔음에도 조기진화되지 못했다.이 회장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회장님께서 (낙제점 발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셨다"고 언급했을 정도다.삼성전자 고위 임원이 막말을 섞어 경쟁사를 비방해 삼성이 '삼성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이 회장의 심중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줬을 것으로 풀이된다.이 회장은 21일 퇴근길에 "그룹 전반에 관한 보고를 받았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는 인상적인 보고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회장이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으면 안된다"고 말해 그룹 전반에 걸쳐 소소한 일들 중 본인에게 보고되지 않은 일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 경영복귀 후 김 실장을 비롯해 CEO들이 직접 한남동 승지원을 찾아 필요 경영사안에 대해 보고를 해 왔지만 이 회장은 이에 만족치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이 회장의 공식출근은 당장 삼성에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불러일으켰다.삼성 직원간 커뮤니케이션 창구인 마이싱글의 외부공개 메인화면이 약 2개월 만에 바뀌었고 글로벌 영문 블로그인 '삼성빌리지'에 삼성그룹의 전반적인 발전상을 알리는 글이 게재된 것이다.우선 지난 3월 초 이후 삼성중공업 직원이 촬영한 '우리는 불꽃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의 사진을 게재해 왔던 마이싱글 첫 화면이 22일에는 "뒤집어 보면 내가 아닌 우리가 보입니다(삼성인 생각)"이라는 문구로 바뀌었다. 'ME(나)'를 뒤집으면 'WE(우리)'라는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최근 경제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이 회장이 "세계적으로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내부결속력 및 단합을 다지기 위한 문구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영문 블로그인 삼성빌리지에는 '한눈에 보는 삼성(Samsung at a Glance)'라는 글도 올렸다.삼성은 이 글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 우산 밑에는 78개 계열사가 있으며 기술과 건설, 조선, 화학, 금융, 제약 등에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포브스가 발표한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8개 자회사가 포함됐다고 강조했다.박성호 기자 vicman12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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