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10│⑮ 야광토끼 “검정치마가 입양아라면, 야광토끼는 친자식”

<div class="blockquote">데뷔 앨범으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1집 < Seoulight >을 발매한 지 2주 만에 네이버 오늘의 뮤직에 소개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야광토끼는 검정치마에서 건반을 담당했던 임유진의 솔로 프로젝트다. 인디 씬에 등장한 이십 대 여성 싱어 송 라이터. 셀링 포인트가 필요한 신인에게 명확하게 설명되는 정체성은 유용한 한편 불필요한 색안경이 되기도 한다. 야광토끼가 흥미로운 건 좋든 나쁘든 이해하기 쉬운 이 정의를 기분 좋게 비껴가는 순간이 있어서다. 단단하게 여문 자의식을 내세우거나 내밀한 내면을 호소하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열심히 만든, 음악을 좋아하는 스물아홉 살 서울 여자, 야광토끼를 만났다.
사진 촬영이 많이 어색한가 보다. 지금은 되게 잘 웃는데 아까는 얼굴이 좀 굳어 있더라. (웃음)야광토끼: 해도 해도 어색하다. 평소에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데 지금은 보는 시선이 있어서 그런지 영 어색해서. 지난 4월 2일에 있었던 쇼케이스 무대도 봤는데 좀 긴장한 것 같았다. 검정치마로 무대에 설 땐 그런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야광토끼: 검정치마 때는 그런 긴장감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확실히 내가 프론트 맨이 되니까 압박감이 다르더라. 진짜 긴장 많이 했다. 긴장, 긴장, 긴장. 고쳐나가야 하는데. (웃음) <H3>“자기 전 야광토끼를 검색해보고 잔다”</H3>
앨범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들리고 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야광토끼: 전혀. 그냥 신기하다. 친구들이 “길가다 니 노래 들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니 노래 나왔다”라고 전화 오는데 그런 얘기 들으면 마냥 신기하다. 야광토끼로 검색도 해봤나. 야광토끼: 해봤지, 당연히. 자기 전마다 하고 잔다. (웃음) 좋은 평을 보면 당연히 좋고 악플 달리면 슬프고. (웃음) 이번 앨범은 색깔이 되게 뚜렷하다. 이런 스타일을 본인이 처음부터 의도했나 아니면 여러 가지 어레인지먼트를 하면서 독특한 결과물이 나온 것인가. 야광토끼: 작업을 하면서 독특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평이 강수지, 하수빈 음악 같다는 건데 전혀 예상을 못했다. 앨범을 내고 나서 ‘아, 내 멜로디에 그런 색깔이 있구나’라는 걸 알았다. 그런 평이 많은 건 사운드적인 측면인 것 같다. 보컬도 약간 80년대 영화 후시녹음 같은 디렉팅이고. 이런 것도 어레인지먼트 상에서 나온 것인지 원래 본인 색깔인지 궁금했다.야광토끼: 별로 의도한 건 아니고 그게 내 색깔인 것 같다. 쓰다 보니까 나온. 그런데 보통 아티스트들이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작업을 하진 않지 않나. 특히 싱어송라이터들은 대게 일기 쓰듯이 곡을 많이 쓰니까. 가사도 그렇고. 항상 꾸준히 곡을 쓰고 그 중에서 괜찮은 게 나오면 작업을 하고 아니면 버리고,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러는데, 처음부터 ‘이런 색깔을 해야지’ 하고 작업한 건 없는 것 같다. 클리프 린이 프로듀싱을 했는데 미국에 있는 그와는 어떻게 작업했나. 야광토끼: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원래 작업을 하러 미국에 가려고 했는데 못 갔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이메일로도 작업이 다 되더라. 내가 클리프에게 데모를 보내서 오더를 맡기면 그가 사운드를 입혀주고, 여기서 뭘 더 넣었으면 좋겠다거나 전체적인 색깔이나 그런 건 내가 정하고. 이런 작업 방식이 한국에서 바로 작업하는 것보다 쉬운 건 아닌데 굳이 그와 작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야광토끼: 클리프는 검정치마 조휴일의 친구인데 앨범 작업 때문에 소개를 받았다. 그가 곡 작업한 걸 다 들어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절대 한국 사람이 뽑을 수 없는 팝 적인 느낌이 있었다. ‘아, 같이 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딱 한 곡 맡겨봤는데 그게 너무 잘 나와서 이 사람이라면 다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계속 이메일만 주고받아서. 알고 봤더니 그냥 컴퓨터 아닌가. (웃음) 강수지, 하수빈 같다는 평도 있지만 옛날 올리비아 뉴튼 존의 느낌도 있다. 그런 느낌을 좋아하는 편인가. 야광토끼: 신스팝이나 8,90년대 느낌을 좋아한다. 그런데 항상 느끼는 건데 뮤지션들은 누굴 딱 좋아해요 라고는 말하지 못 하는 것 같다. 항상 이것저것 많이 들으니까.<H3>“혼자서 궁상 떨 때 음악이 제일 잘 나오는 것 같다”</H3>
음악적 성장사도 궁금했다. 검정치마는 조휴일의 음악인데, 그럼 야광토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하는. 데뷔 앨범의 색깔이 굉장히 뚜렷한데 이게 이 사람의 전부인 걸까, 일부인 걸까 궁금했다. 야광토끼: 어렸을 때는 재즈 피아노를 했다. 그런데 내 의지가 아니라 그냥 아빠가 내가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면 좋겠다고 해서. 아빠가 되게 광적인 재즈 팬이시다. 그런데 나한테 있어서 재즈는 내 음악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학교도 재즈로 갔지만 그게 너무 버겁고 힘들기만 했던 건 같다. 내 음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다른 좋은 것들이 있어서였나.야광토끼: 학교 다닐 때는 미국 인디 록을 너무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피아노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너무 독실한 크리스천이셔서 록 들으면 지금 사탄의 음악 듣냐고 하고 주보 가지고 와야 레슨해주시고 그러셨다. (웃음) 그 음악들이 그냥 나한테 너무 맞았던 것 같다. 스트록스나 리버틴스 같은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되게 즐거웠다. 재즈가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버클리까지 가고, 어쨌거나 계속 피아노를 할 수 있었던 힘은 뭐였나. ‘이걸로 먹고 살겠다’라고 생각하거나 스스로를 음악가로 규정했었나.야광토끼: 그냥 떠밀려서 했다. 학교 분위기가 재즈 아니면 안 된다 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열심히 연습하고, 할 일 없으니까 연습하고, 밥 먹고 연습하고, 눈 오면 연습하고. 그렇게 막연히 분위기에 떠밀려서 피아노를 쳤지만 그렇다고 잘 치지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쳤는데 잘 못 쳤다. 지금도 잘 못치고. 그래도 한 번도 음악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앨범을 낸 지금은 내가 음악인이고 음악을 계속 하겠다는 생각을 하나.야광토끼: 지금은 그렇다. 오히려 1집을 내고 나니까. 처음에는 반응이 아예 안 오면 되게 슬프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내고 1집을 내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 사람들의 반응 여부가 아니라 완성했다는 성취감 같은. ‘그래, 내가 1집에서 이 정도면 2집에서는 더 잘 할 수 있겠구나’ 그런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아, 내가 음악을 내가 진짜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적은 언제인가.야광토끼: 최근에. 앨범 내고 활동을 시작하니까 부수적인 일들이 많다. 자료 보내드리고 프로필 사진 보내드리고. 그러니까 좀 곡 작업할 시간이 없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공연 준비도 해야 하고 앞에 나가서 쇼 적인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까. 인터뷰도 아직은 어색하고 불편하고. 그게 나한테는 좀 숙제인 것 같다. 그냥 음악을 만들고 앨범 작업하는 게 재미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인터뷰나 이런 프로모션이라는 게 음악 작업과는 따로 있지만 결국 음악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런데 아직은 별개 같다는 느낌이 드나.야광토끼: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여자니까 비주얼 디렉팅도 있어야 한다, 공연할 때 좀 더 살랑살랑 거려야 한다, 댄스 학원도 다녀야 한다” 그러고. (웃음) 내가 프랑스 밴드 피닉스를 되게 되게 좋아한다. 그들의 인터뷰를 보는데 자기네가 투어 중에 쓰는 노래는 다 별로라고 하더라. 좀 고독이 찾아오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서 쓰는 곡들이 항상 좋은 노래라고 말하던데 요즘 공감하고 있다. 혼자서 궁상 떨 때 제일 잘 나오는 것 같다. (웃음) 아무래도 노래 쓰는 사람들은 좀 더 혼자 있고 깊게 생각을 하고 그럴 때, 뭔가 원석을 캐듯 그런 게 있어야 되는데 요즘은 뭔가 하려다가도 다른 일을 해야 하고. 그렇게 작업을 해서인지 듣는 입장에서도 혼자 방 안에서 헤드폰 쓰고 들을 때 제일 좋은 것 같다. 음반 자체도 듣는 것에 충실하도록 만든 것 같다. 꽉꽉 짜인 느낌이 든다. 그런데 사운드적인 완성도가 좋은 만큼 한편으론 라이브에서 구현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야광토끼: 진짜 난감하다. 공연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가 지금 제일 큰 고민이다. 작업을 하면서는 진짜로 하나만 봤던 것 같다. 앨범 할 때는 앨범만, 끝나고는 재킷 디자인만, 그 다음에는 연습만.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쇼케이스만. 두 가지를 생각하면 잠을 못 자겠더라. 앨범을 만들어서 공연을 어떻게 꾸며 나가고, 무슨 옷을 입고, 그런 것까지 다 생각하면 너무 힘들더라. <H3>“Seoulight는 서울사람, 서울 빛, 더 깊게 가면 soul light을 연상시키려 했다”</H3>
가사를 먼저 봤을 때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선입견 탓도 있고, 연애를 다루기도 해서 본인 얘기나 경험이 반영되었겠거니 싶었다. 특히 데뷔앨범이고. 그런데 앨범을 들으니까 오히려 그런 느낌이 없어졌다. ‘내 얘기를 들어줘!’ 하고 호소하는 느낌이 아니어서 신선했다.야광토끼: 몇 개는 정말 내 얘기긴 한데 몇 개는 여자들이라면 보편적으로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라고 쓴 거다. 내 경험담인 건 ‘Long-D’랑 ‘북극곰’ 정도. ‘만약에 내가 너를 그녀보다 먼저 알았더라면 그래도 넌 그녀를 택했겠지 난 그냥 아닌 거지’라는 가사를 들으며 무릎을 탁 쳤다. (웃음)야광토끼: 특히 ‘Can’t Stop Thinking About You’에 여자 분들이 가사 공감을 많이 해주셔서 깜짝 놀랐다. 모든 여자들이 한 번쯤은 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요즘 그런 말도 있지 않지 않나. 괜찮아서 보면 다 게이고 유부남이고. (웃음) ‘북극곰’은 본인 경험이라고 했는데 그럼 역시 토끼씨는 본인인 건가.야광토끼: 그렇다. 내가 성격이 오빠빵빵빵-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웃음) 그래도 여자라면 누구나 그러고 싶은데, 애교 같은 것도 타고 나지 않나. 나도 그래 보고 싶은데 그렇진 않네 하고 썼다. (웃음) 그럼 야광토끼라는 이름도 직접 지은 건가.야광토끼: 친구들이 지어줬다. 별명은 아니고 내가 실바니언 패밀리 같은 토끼 물건을 좋아해서 많이 모았다. 그래서 친구들이 “너 솔로를 하는데 이름 필요하지 않냐? 토끼 좋아하니까 토끼 해라. 그런데 널 닮은 걸로 하려면 그냥 토끼는 안 되는데?” 그러다가 그냥 “토끼에 관한 뭘 할까? 야광토끼? 뭐, 괜찮네” 그러면서 정했다. 진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건 없다. 검정치마가 아닌 본인의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왜 솔로를 택했나, 예를 들면 건반이 중심이 되는 다른 밴드를 할 수도 있었는데.야광토끼: 밴드도 잠깐 했었다. 그런데 모든 밴드 멤버들의 의견을 모아서 하는 게 되게 힘들더라. 여기서 뭘 넣고 빼고 뭐 하고. 그냥 그런 게 나랑 안 맞는 것 같고. 사람으로 치자면 그거랑 똑 같은 것 같다. 검정치마나 다른 밴드는 내 자식이라고 해도 입양한 애들, 기른 정은 있지만 낳은 정은 없는. 야광토끼는 내가 낳아서 기른 친자식 같다. 그 정도의 차이인 것 같다. 우문일 수 있지만 그렇게 배 아파 낳은 친자식들 중에 제일 좋은 곡, 사람들이 많이 들어줬으면 하는 곡이 있나.야광토끼: 1번 트랙 ‘Long-D’. 내 이야기인 것도 있지만, 나도 그렇고 프로듀서도 그렇고 제일 마음에 들었고 타이틀곡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곡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타이틀곡에 영어 제목인 건 안 된다고 해서. (웃음) ‘Long-D’는 전체적으로 이게 내 노랜가 싶을 정도로 잘 나왔다. 음반 타이틀이 < Seoulight >이다. 외국에서도 생활을 했는데 여러 곳을 경험해본 입장에서 서울이 어떤 의미인가? 서울이라는 곳이 되게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데.야광토끼: 좋아한다. Seoulight이 스펠링을 다르게 하면 뉴요커처럼 서울사람 그런 뜻이다. 그래서 말장난으로 서울사람, 서울 빛, 더 깊게 가면 soul light을 연상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도시의 인연, 뭐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정말 서울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영어도 배우고 다른 나라 말도 배우고 거기서 성공해야 하고. 뉴요커도 되고 싶고 런더너도 되고 싶고 어린 마음에 그랬는데 계속 서울로 돌아오게 되니까 마음이 슬펐다. 더 큰 세상에서 뭘 이루고 싶은데 서울에 돌아오면 되게 정체된 느낌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앨범 작업을 마지막에 서울에서 하게 되면서 도시라는 게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도시가 나를 택해주나 그런 묘한 인연이 느껴지더라. 내가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해서 멈추는 게 아니라 발전을 하는 건데 어렸을 때는 그냥 무작정 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개 마냥. (웃음) 서울에서는 어디가 가장 마음이 편한가. 야광토끼: 창경궁 쪽. 내가 대학로 산다. 창경궁 꽃이 아주 흐드러지게 멋지게 펴서 친구들이랑 사진 찍으러 갈까 하고 있다. 삼청동, 북악 스카이웨이도 되게 좋아한다. 그 쪽에 가면 집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런 거 물어주길 바랬는데 하는 게 있나. (웃음)야광토끼: 내가 을 만들었는데 아직 회원 수가 열 몇 명이라서. (웃음) 많이들 와서 회원 가입을 해주면 좋겠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인터뷰. 김희주 기자 fifteen@10 아시아 인터뷰. 위근우 기자 eight@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매거진팀 글, 인터뷰. 김희주 기자 fifteen@매거진팀 인터뷰. 위근우 기자 eight@사진팀 사진. 이진혁 eleven@매거진팀 편집. 장경진 thre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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