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번엔 농협, 금융전산망 왜 이러나

농협의 전산망이 이틀간 먹통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고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창구 거래가 마비된 것은 물론 현금자동인출기에서 돈을 꺼낼 수도 없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금융서비스나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이다. 직장인과 학생들은 교통카드가 불통이 돼 발을 동동 굴렀다. 농협 전산망 대란은 지난 12일 오후 5시에 시작됐으나 20시간이 지나도록 복구는커녕 고장 발생 원인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13일 오후 들어 창구 입ㆍ출금 업무 정도가 가능해졌지만 오늘 오전까지도 완전한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에 '5대 금융지주'에 들어간다는 초대형 금융기관에서 벌어진 믿기 어려운 사고다.  정보기술(IT)이 금융시스템과 접목된 지 수십년이 지났다. 신용카드와 인터넷뱅킹은 일상의 생활수단이 되었다. 금융기관의 전산망은 금융을 움직이고 고객과 연결ㆍ소통하는 신경조직이나 다름없다. 대형 금융기관에서 업무가 전면 마비되는 사태가 일어난 것도 어이없지만 원인조차 제대로 찾아내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은 한층 놀랍다.현대캐피탈에서 고객 정보를 대거 해킹당하는 사건이 드러난 게 며칠 전이다. 이번엔 내ㆍ외부를 중계하는 운영 파일이 삭제되면서 중계 서버의 장애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며칠 사이에 간판급 금융기관에서 전산망의 내부사고와 외부해킹으로 고객들이 혼란에 빠지고 피해를 입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한마디로 금융기관 전산망 관리의 위기다. 단위농협까지 포함하면 고객 3000만명, 점포 5000여개에 이르는 농협이 이처럼 대형 전산장애에 한없이 취약하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농협은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을 사고의 진원지로 지목한다. 노트북 한 대로 전산망이 전면 마비된다면 전산 시스템과 위기대응 능력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농협이 사고 원인을 축소ㆍ은폐하거나 심각한 결함이 있으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해킹과 전산 마비가 예사롭게 일어나는 금융기관을 누가 믿고 거래하겠는가. 농협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시스템의 보완 등 완벽한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고객의 피해에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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