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운전사 “100원 인하, 도움 되지만···”

정유사들이 기름값 인하를 시작한 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강서주유소 앞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아시아경제 이민아 기자] “운전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ℓ당 100원 인하는 당장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한시적이라고 하니 석 달 후에는 또 어떻게 될까 고민입니다.”7일 자정을 기점으로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을 내린데 대해 화물 운송업체 직원과 자영업자들은 환영해 하면서도 불만이 완전히 희석되지는 않은 모습이다.이날 새벽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맞은편에 위치한 SK주유소(직영)에 도착하니 때 마침 식자재유통업을 하는 개인사업자 신광진씨(41)가 주유를 하고 있었다. 신 씨는 “이틀에 한번씩 7만~8만원을 주유하는데 오늘부터 인하한다고 해서 어제 안하고 오늘 아침 일찍 나왔다”며 “중국집에 고기와 해물을 납품하는데 대부분 힘들다고 하고 경기가 안 좋아 주유비 부담이 컸다”고 그간의 고통을 전했다. 그는 “100원이라도 내린 게 도움이 된다. 개인사업자들은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데, ℓ당 몇십원만 내려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이 주유소는 이날 자정부터 자동차용 경유 가격을 ℓ당 1829원으로 표시하고 고객이 신용카드 종류와 상관 없이 OK캐쉬백 카드를 제시하면 주유 이틀 후 ℓ당 100원을 오케이 캐시백으로 적립된다는 내용의 영수증 안내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화물터미널 인근이라 장거리 운전을 하는 대형 트럭,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는 화물 트럭 고객이 많기 때문에 주유소는 화물차유류구매카드 안내 플래카드를 내걸고, 가격 인하 혜택을 잘 모르는 고객들을 위해 주유소 직원들이 어느 은행이든 상관없이 방문하면 화물차유류구매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해주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택배 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종근씨(28)도 주유기를 바라보는 표정이 밝아 보였다. “기름값 인상 전에는 한 달에 유류비가 40만원 정도 들었는데 요즘에는 한 달에 60만~70만원 까지 치솟았다. 예전에는 5만원을 주유하고 3~4일을 다녔는데 요즘에는 이틀에 한 번씩 주유해야 했다”고 말했다.김 씨는 “택배는 유류비를 화물차를 운전하는 개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기름값이 싼 곳을 찾아서 주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주유소를 가려면 최적의 동선을 버리고 돌아서 가야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효율적이진 못했다”며 “오늘부터 인하되는지 모르고 주유하러 왔는데 ℓ당 100원이면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화물운송 전문 업체인 케이씨티시(KCTC)에 근무하는 정기태씨(50)가 중형 화물탑차를 주유하기 위해 이곳을 들렀다. 정 씨는 “하루에 60~70ℓ씩 주유하는데 ℓ당 100원인하는 정부가 명목상 인하 하는 것 아니냐”며 “오를 땐 3~4일 간격으로 200~300원씩 오르더니 내리는 건 몇 개월 만에 100원 인하해서는 큰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이들은 기름값 인하의 혜택은 트럭 운전사들과 자영업자 등 차량 운행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가야 한다며, 정부와 정유사가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이민아 기자 ma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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