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타운 1년]전원주택으로 개발하는 암사동 일대 돌아보니

착공 앞둔 암사 서원마을 VS '뉴타운' 기대감 남은 시흥3구역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4년까지 민선 5기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휴먼타운 조성사업이 올해 4월로 1년을 맞았다. 휴먼타운 사업의 취지는 좋았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아파트의 장점과 골목길,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저층 주거지의 장점을 결합해 사람 냄새가 나는 주거지로 만들겠다는 게 휴먼타운 사업의 요지다. 이는 아파트 중심의 정비사업인 뉴타운 정책의 대안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휴먼타운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휴먼타운 도입 1년이 지난 현재 시범사업지구(예정포함) 8곳 중 본격적인 공사에 착공한 곳은 아직 없다. 올 초에 공사계약을 마친 강동구 암사동 서원마을, 강북구 인수동 능안골, 성북구 성북동 선유골 등 3곳이 4월 중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부 사업지에서는 여전히 뉴타운식 개발을 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휴먼타운 시범사업 1년을 맞아 기공식까지 마친 강동구 암사동 서원마을과 휴먼타운 지정을 위한 주민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시흥 뉴타운 존치관리 3구역 일대를 직접 다녀왔다.

현재 서울에서 휴먼타운 시범사업이 추진되는 지역은 총 8곳으로 이중 1차 시범지구인 단독주택 밀집지역 3곳은 올 초에 계약을 완료하고 착공을 앞뒀다.

◇ '나홀로 아파트‘ 대신 전원주택 선택한 암사동 서원마을

강동구 암사동 서원마을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취락지구로 '나홀로 아파트' 대신 특화된 전원주택으로 휴머타운을 조성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휴먼타운 기공식을 마친 서원마을 주택가 일대.

= 지하철 8호선 암사역에서 내려 마을버스 2구간을 가면 아파트와 상가건물이 사라진다. 어깨높이의 낮은 담장을 가진 주택들이 줄지어 있고 담장 너머에 마당 물청소를 하는 백발의 주민도 보인다. 이곳은 휴먼타운 시범지구로 선정된 강동구 암사동 서원마을. 1970년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돼 오다가 2009년 2월 취락지구로 지정된 곳이다.“그린벨트 풀려도 고도제한도 있고 ‘나홀로 아파트’로 짓는 것보다 전원주택지로 특화하는 편이 낫다고 주민들이 합의를 봤어요. 상권도 대단지 아파트 들어서야 발달하는 거잖아요.” 김삼달 서원마을 주민자치위원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반대파 주민들을 설득하며 주민간담회, 설명회 등을 수차례 거쳐 의견을 모았다. 이 마을은 취락지구로 3층까지 지을 수 있지만 주민 대다수가 일조권 확보를 위해 2층으로 층수를 규제할 것을 요청해 지구단위계획에 반영했다. 담장도 허물고 주차는 대지경계선 3m 안쪽으로 들여 그린존(대지 내 주차면)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김 회장은 “시에서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로 지원금이 제공돼 날이 풀리는 4월이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서원마을은 인근 암사대교 공사로 마을 위치가 바뀌면서 토지보상비, 건축공사비 등에 대한 국비를 포함, 총 36억3000만원(국비 10억5000만원, 시비 16억8000만원, 구비 9억원)을 지원받는다.◇ 전세난에 소형평형 신축하는 시흥3구역..뉴타운 기대 ‘불씨’ 남아

시흥 3구역은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내 존치지역으로 현재 휴먼타운 지정을 위한 주민동의 절차가 진행중이다. 지난해부터 건축허가 제한이 풀리며서 신축건물도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노후건물고 신축건물이 섞여 있는 시흥3동 일대.

= 비탈진 아스팔트 도로 양 옆으로 00연립, 00빌라 등이 빼곡한 저층주거지가 나온다. 페인트를 칠한 건물 벽면이 벗겨지고 대문틀은 녹이 슬었다. 하지만 간간히 신축건물이 있어서 낡았다는 느낌이 덜 든다. 주택가를 끼고 대형 상가건물 대신 1층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현재 휴먼타운 시범지구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는 이곳은 시흥 3구역으로 건축허가 제한이 풀린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내 존치지역이다.요즘 이곳에는 뉴타운에 ‘자포자기’한 주민들이 건물을 신축하고 전(월)세를 놓기도 한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세를 놓으려고 예전에는 나가지도 않았을 옛 18평 아래 평수로 건물을 새로 짓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뉴타운 기대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주민들도 아파트로 바뀌어도 예전처럼 집값이 안 오르고 분담금을 못 내면 쫓겨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면서도 “휴먼타운이라고 해도 존치구역으로 묶여 있으면 나중에 뉴타운으로 개발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기대감을 내비췄다.◇ 뉴타운 대란 속 휴먼타운..법·제도 정비 ‘필수’= 전문가들은 아직 휴먼타운에 대한 법·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주거환경개선, 재개발, 재건축, 도시환경정비사업만 명시돼 있고 휴먼타운 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빠져 있다. 이와관련 국토해양부는 올해 말까지 이같은 내용을 반영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휴먼타운 조성을 위한 자금확보 방안의 제도화도 시급하다. 현재 시범사업은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에서 임시방편으로 투입되고 있으나 지속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시범사업지구인 강북구 인수동과 성북구 성북동의 경우 본래 예산은 시비와 구비를 6대4 비율로 해서 20억원씩 배정됐는데 지자체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현재 절반인 10억원만 사업비로 책정됐다.이밖에 준공을 마친 뒤에는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마을은 유지·관리를 해야 하므로 아파트의 장기수선충당금같은 적립금도 필요하다.이창호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조사관은 "서울시 휴먼타운은 개발 위주에서 유지·관리 위주로 주거지 정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기존의 정비사업과는 달리 공공과 주민의 갈등을 최소화하며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선은 기자 dmsdlun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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