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복귀 1년..'위기와 미래경영의 절묘한 조화'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일본에서 한국 기업 공부 붐이 일고 있다. 일본 기업은 의사결정 구조와 속도에 약점이 있는데 한국 기업은 압도적 규모의 투자에 대해 책임지고 결정하는 오너십이 강하다. 일본에서 이 점을 굉장히 아프게 생각한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 대학교 교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오는 24일로 경영복귀 1년을 맞는다. 지난 날을 돌이켜 볼 틈이 없다고 밝힌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경영행보에서 '위기경영'과 '미래경영'의 절묘한 균형점을 보여줬다. 또 강원도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주력하면서 스포츠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점도 대체 불가능한 이 회장만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이 회장은 "10년 후 삼성제품이 모두 사라질 지도 모른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위기경영을 들고 작년 3월 24일, 23개월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후카가와 교수 말대로 일본기업들의 명치를 찌른 사건이 발생하는 데는 이 회장 복귀 후 얼마 걸리지 않았다.복귀한 지 2개월도 안된 5월 10일 그는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계열사간 투자내역을 검토한 후 향후 10년간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그룹의 미래청사진을 그린 것이다.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그룹 전체가 들떠 있던 올 1월 9일 삼성 사장단 신년하례식에서는 "정신차리지 않으면 또 한 걸음 뒤처질 수 있다. 앞선 회사가 퇴보하는 경우가 많고 새로 일어나는 회사도 많아서 신경써야 한다"며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투자와 실적과 위기의 삼륜(三輪)이 어느 쪽으로도 치우지지 않도록 조화를 유지한 셈이다.또 이 회장은 한국경제에 '미래경영'이라는 화두를 제시해 큰 방향을 일으켰다.10월 멕시코 출장 후 귀국길과 올해 신년하례식에서 이 회장은 "21세기 새로운 10년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만큼 모든 조직은 젊어야 하고 변화 적응이 빨라야 한다"며 '새로운 10년'을 경제화두로 제시했다. 이 회장이 보기 드물게 계열사 사장을 심하게 꾸짖은 적도 있다. 동반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점에 대해 최지성 부회장이 "이 회장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고 표현했을 정도다.이 회장은 공개석상에서도 "30년 전부터 동반성장을 주창해 왔고 CEO들에게 당부를 해 왔는데 아직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해 전 계열사 CEO들이 상생, 동반성장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복귀에 대한 외부시선은 다양하지만 복귀 후 삼성그룹 전체 투자와 경영판단, 그리고 미래에 대비한 조직체계가 빠르게 갖춰진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며 이는 사상최대실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증명된다"고 말했다.한편 이 회장은 그룹 경영 이상의 열정을 동계올림픽 유치에 쏟아붓고 있다.지난 1년간 이 회장이 유치활동을 위해 찾은 국가만 알려지지 않은 곳을 포함, 스위스, 이탈리아, 싱가포르, 멕시코, 중국 등 10여개국에 달한다. 또 지난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현지실사단을 맞아 평창에서 직접 이들을 영접하고 일일이 챙겼다.삼성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이 회장의 열정은 상상 이상에 달한다"며 "오는 7월 남아공에서 유치여부가 최종 결정될 때까지 이 회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라도 최선을 다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박성호 기자 vicman12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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