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定住 막으려 체류기간 확 줄여 고용불안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경남 창원에 위치한 피케이밸브사. 이 회사 금은섭 차장은 요즘 마음이 심란하다. 6년째 함께 일해온 반득(34, 베트남)씨가 올해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외국인노동자의 체류기한을 제한해 놓은 '고용허가제'. 금 차장은 "반득씨는 회사 내 외국인노동자 중 가장 일을 잘해 놓치고 싶지 않은 인재"라며 "일에 익숙해질 만하면 체류기한 때문에 이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제도는 회사에도 외국인노동자에도 손해"라며 "외국인노동자가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8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한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고용허가제에 명시된 체류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2004년 정부가 도입한 외국인근로자 고용 관리 제도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취업비자(E-9)로 입국한 외국인근로자는 3년간 일한 후 1년10개월간 연장이 가능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이 4년10개월인 셈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중소기업계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할만 하면 새로 뽑아야"=업계가 가장 불만을 토하는 부분은 숙련된 인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장기간 일해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를 많이 확보해야만 그만큼 생산 효율성이 높아지는데 외국인 근로자는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금형 제조업체 티엘테크의 최철 부장은 "이제 일할 만하다 싶으면 돌아가야 하니 우리로선 미칠 노릇"이라며 "장기간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외국인 근로자 중 40%는 올해 체류기한이 만료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떠나면 재충원되기까지 최소 1~2개월의 시간이 필요해 업무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 부장은 "근로자 신청을 해도 바로 수급되는 게 아니라서 재충원될 때까지는 제조활동이 원활치 못하다"고 설명했다.이 회사가 위치한 반월공단을 비롯해 다른 지역의 중소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월공단 내 한 회사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는 주로 현장 인력으로 투입되지만 그래도 숙련도가 중요하다"며 "가장 일을 잘하는 게 4년차인데 그때가 되면 다들 귀국 걱정만 한다"며 한숨을 토했다.현 체류기한 '4년10개월'은 지난 2009년 12월 개정된 결과물이다. 애초 고용허가제는 3년 근무 후 3년 연장으로 최대 6년까지 근무가 가능했다. 하지만 5년 이상 국내에 체류한 외국인은 국적법에 따라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을 갖게 된다는 우려에 따라 정부는 5년 미만으로 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주민이 국내에 눌러앉는 '정주화(定住)'를 막자는 것이다.◆"체류기한 제한 부적절"=업계는 현 인력수급 상황상 외국인 근로자 사용이 불가피한 만큼 무작정 체류기한을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골판지업체 S사는 지난해 골판지에 접착제를 붙이는 현장 인력 채용을 공고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조업에겐 현장 인력이 중요한데 고되다는 인식 탓인지 내국인은 취업을 꺼린다"며 "좋든 싫든 일손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현재 S사는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 2명을 채용해 물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은 분명하다"며 "근처 어느 중소기업 현장을 가더라도 내국인은 40대 이하가 없다"고 토로했다. ◆"불법 체류자 양산도"=체류기한 제한이 불법 체류자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 차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고국 내 브로커에게 소위 커미션비를 내고 국내에 들어온 경우"라며 "이미 지불한 돈이 있기 때문에 쉽게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돌아갈 때가 되면 눈치를 보고 도망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4년10개월은 외국인 근로자가 애초 원했던 수익을 실현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기간이라는 소리다. 일례로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E-9를 받아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체류가 2008년 1월 9153명에서 지난해 말 1만3725명으로 3년새 5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용허가제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됐으니 줄였던 쿼터를 늘리고 (외국인 근로자의) 순환을 빨리하거나, 내국인이 현장 업무를 기피하는 인력수급 미스매치 문제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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