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오스발트 그뤼벨 UBS 최고경영자(CEO)가 영국정부의 금융권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크레디스위스 CEO를 그뤼벨 CEO는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국 정부의 금융권 규제 강화 때문에 영국과 유럽지역 은행들이 투자은행 부문을 아시아와 미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면서 “영국 정부는 손을 놓은 채 그저 금융권을 지원하겠다는 말만 앞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단행하고 있는 영국 정부는 지난달 은행 이익에 부과하는 은행세율을 당초 0.05%에서 50% 대폭 올린 0.075%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오는 3월까지인 2010~2011회계연도분 이익에 대해 상향조정된 세율에 따라 은행세를 납부해야 하며 정부의 은행세 수입도 17억파운드(약3조원)에서 25억파운드(약4조4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적된 대형 은행들이 임원들에 대해 과도한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높은 가운데 영국 정부는 은행이 대출을 확대하고 임직원의 임금과 성과급을 삭감하는 대신 정부가 금융권 규제를 완화하는 정부와 금융권 간 협력방안인 ‘멀린 프로젝트’를 추진해 금융권과 협상을 벌여 왔다. 이에 대해 영국 금융권 종사자들은 정부가 금융권 정책을 규제에서 지원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이 사실상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뤼벨 CEO의 발언은 이런 시각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그뤼벨 CEO는 UBS 등 외국계 은행들은 과연 런던이 금융투자의 중심지 위치를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자기자본비율요건 강화 등 금융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유럽 대신 미국과 아시아지역이 투자은행들에 유리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그는 스위스 금융당국이 지지하는 우발전환사채(Contingent Convertibles), 이른바 코코스(Cocos) 발행에 대해서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거침없이 비난했다. 우발전환사태는 은행이 자본금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미리 약정된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원금 상각을 감수해야 해 은행들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크레디스위스가 20억달러 규모의 우발전환사채를 발행했으나 그뤼벨 CEO는 “만약 은행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전환 직전까지 이를 경우 주식 보유자들은 일제히 투매에 나설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그뤼벨 CEO는 크레디스위스에서 40년간 재직해 CEO까지 역임했으며 지난 2009년 2월 UBS로 영입되어 2년간 UBS의 금융위기 탈출을 지휘해 왔다. 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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