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공정사회, 유행어로 쓰고 말 건가

요즘 '공정한 사회'가 화두다. 서적은 물론 TV, 영화에서도 공정 사회는 단골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를 지목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인문서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데, 공정한 사회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고민이 우리 사회의 현실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나타난 일종의 신드롬 아니냐는 해석이다. 지난해 케이블TV에서 방영된 '슈퍼스타 K'의 영향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돈 없고, 뒤를 봐줄 배경도 없는 무명 청년이 공개 오디션을 통해 당당히 가수의 꿈을 이룬 사례가 일종의 '학습효과'로 나타난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공정한 사회가 모든 분야에 걸쳐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것은 시대적 흐름이 만들어 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이 보다 설득력 있어 보인다. 우리 국민은 한 세대 만에 분단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G20의 주요 국가가 되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특히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 급선무였던 60년대, 산업화로 매진하던 70년대, 민주화 요구가 분출하던 80년대를 거치면서 공정성은 한편으로 밀려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압축 성장은 빛과 그림자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데, 나라 전체가 앞만 보고 질주면서 편법과 반칙 등의 불공정이 득세하는 왜곡된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금 공정성은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자산이자 가치가 되었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는 사회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분열된 사회와 국가는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가 정부의 국정지표가 된 것 역시 이 같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물론 공정한 사회에 대한 정의(定義)는 다양하고, 해법 역시 각각의 사회가 처해진 상황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출발선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는 입장이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공정한 사회는 필요충분조건이지만 대중영합주의는 배제한다는 소리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개인에게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시장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발전하는 환경이 마련되고, 사회적 약자와 서민을 배려하고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공정사회가 그려나가는 큰 그림이 될 것이다. 정부는 최근 공정사회 달성을 위한 5대 주요 과제, 80여 개 세부 과제를 선정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개발,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증진 등의 과제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의 표(票)를 의식해 과잉 복지의 형태로 제시되는 공정성은 자칫 치명적인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공정한 사회 구현 역시 여타의 정책과제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분석이 기반이 되어야 하며, 신뢰할만한 국가통계가 시행착오나 예산낭비의 위험을 최소화한 맞춤형 정책 개발과 정부정책의 우선순위 결정 등 효율적인 정책 집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에서도 올해에는 공정사회 구현에 필요한 통계 개발과 개선의 노력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남녀 고용의 불평등을 없애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통계를 비롯해 공정사회의 또 다른 한 축인 나눔 문화 관련 통계 및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의 복지 수요에 사전 대비하기 위한 세밀한 통계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믿을만하고 정확한 국가통계가 공정사회 구현에 매진하고 있는 정부와 민간 부문모두에 유용한 인프라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인실 통계청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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