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체 '굳어진 실적'

[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국내 시멘트업계의 우량기업으로 꼽히는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가 지난해 최악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한일시멘트는 창사 이래 가장 저조한 실적을 거뒀고, 아세아시멘트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는 국내 시멘트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상위 7개사 중 1ㆍ2위를 다투는 튼튼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그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 ◆한일시멘트, IMF 시절보다 못한 실적 =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매출액 6513억원, 영업이익 61억원, 당기순이익 52억원의 경영실적을 거뒀다. 2009년에 비해 매출액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87% 줄었다.  한일시멘트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이 회사의 창업 초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한일시멘트는 국내 시멘트 업체들이 가장 큰 불황과 위기를 겪었던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3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자랑하던 업체다. ◆아세아시멘트, '영업적자' = 아세아시멘트는 한일시멘트보다도 못한 성적을 거뒀다. 매출액 2808억원, 영업손실 129억원, 당기순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09년에 비해 1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 당기순이익은 95% 줄었다. 부채비율이 20%도 안되는 업계 최고의 우량한 재무구조가 아니었다면 금융비용 등으로 인해 당기순손익도 적자를 기록할 뻔 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보유중인 OCI 주식 45만여주의 가치가 지난해 크게 올라 500억원 이상의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을 얻은 것이다. 그 덕에 자본은 전년대비 18% 이상 증가해 재무구조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 ◆건설경기 침체+연료비 인상 등 악재 겹쳐 = 두 회사가 이같은 실적을 낸 원인은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었는데도 연료비 인상 등 비용부담은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국내 시멘트 수요는 4534만톤으로 2009년에 비해 5% 정도 감소했다. 국내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연간 6200만톤을 넘는 것과 비교할 때 25% 이상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 수년간 시멘트업체들은 제살깎기식 덤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멘트 기준가격은 톤당 6만7500원이지만 현재 시중 거래가격은 5만원대 초반에 불과한 것. 판매가격이 떨어졌는데 원가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 제조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연료비 인상이 대표적이다. 시멘트 제조과정에 주요 연료로 사용되는 유연탄은 중국, 인도 등의 수요 증가로 국제가격이 2009년 톤당 81달러에서 지난해 108달러 수준으로 33% 이상 급등했다. 시멘트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째 업계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공멸할 수도 있다"며 "건설경기 회복이나 제품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호창 기자 hoch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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