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경제정책방향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다함께 잘사는 선진일류경제' 2011년도 경제정책방향의 문패가 된 이 말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지었다. 당초 재정부 경제정책국이 후보로 올린 슬로건은 '지속가능한 안정성장' '선진일류경제' '활력있는 서민경제'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동행' 등 5개 남짓. 윤 장관은 지난 주 관련 내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후보군 가운데 몇 가지 단어를 추려 이런 조어를 만들었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식적인 위기탈출 선언,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후반기 화두인 '동반성장론'이다. 거시경제 부문에서 '물가안정 속 경기회복 공고화' '탄력적이고 유연한 정책'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나온 건 내년이 위기 이후 과도기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적당한 포즈를 고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14일 브리핑 현장에서까지 '장밋빛' 논란을 빚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처럼 '5.0%내외'로 유지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차례 경제정책방향 작업을 맡았지만, 이번 수치는 다소 낙관적인 게 사실"이라며 "여기엔 꼭 그만큼 성장하겠다는 정책결정자의 의지도 반영돼있다"고 했다. 목표치이냐, 전망치이냐를 두고 해묵은 논쟁이 재연될 소지를 남겨둔 셈이다.
◆"위기 극복했다"지난해 말 2010년 경제정책방향의 목표로 '위기를 넘어 선진일류국가로'를 제시했던 정부는 이제 더이상 '위기'를 말하지 않는다. 정부는 201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성공적인 위기극복을 위한 확장적 정책기조 유지'를 강조했지만, 내년에는 '거시경제 안정과 경제체질 개선'에 힘을 주겠다고 했다. 재정부 윤종원 경제정책국장도 이런 입장을 지지했다. 그는 "대외 불확실성이 있어 거시경제 정책을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펴겠다"고 전제하면서도 "거시경제 여건과 관련해 위기는 극복했다. 전체적인 윤곽을 보면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왔고 성장 속도도 돌아왔다"고 총평했다. 정부는 내친김에 제자리 걸음을 해온 서비스 산업 활성화에도 속도를 붙일 참이다. 지나치게 높은 수출 비중이 대외 변수에 휘청이는 경제 구조를 만든다는 판단에서다. 위기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내수기반을 강화해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잡는 경제체질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제자리 걸음을 해온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의 명분이 된다. 임종룡 1차관은 최근 "내년 상반기까지 통신·교육·에너지·의료 등 4대 분야의 진입 규제를 푸는 작업을 끝내겠다"고 했다. '이해집단과 보건복지부 등의 반발이 거센 영리의료법인 도입, 슈퍼의 일반의약품(OTC) 판매 문제도 포함이 되느냐'고 묻자 그는 "부처 간 이견이 크지만 두 가지 쟁점은 어떻게든 내년 상반기 중 결론을 지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함께 잘사는 게 동반성장"70년대 배고프던 시절의 슬로건을 닮은 '다함께 잘사는'이라는 표현은 동반성장, 서민에게 경기 회복의 온기가 전해지는 경제를 의미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윤 국장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의 밑그림을 그릴 때 가장 많은 아이디어가 모인 부분도 동반성장이었다"고 했다. 정부는 다함께 잘 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일자리라고 봤다. 이를 위해 영세한 고용알선업체의 규모를 키우고 구직자들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유연근무제도 확산해 다양한 형태의 근로가 가능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도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하루 전 골목상권 고사 논란을 빚었던 롯데마트의 5000원 치킨 판매 중단 결정이 나온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내년 중 1만개의 골목슈퍼를 지원해 현대화하겠다는 계획 역시 같은 뿌리에서 나온 발상이다. 정부는 이외에 취약계층과 중산층 넓히기에도 힘을 쓸 계획이다. 노인과 아동, 중증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암 등 중증질환 치료제와 출산진료비 등 8개 항목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널리 이용하는 상조나 전자상거래 등을 통한 피해가 없도록 감시, 감독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박연미 기자 chang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