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의 잣대냐? 물가안정 위한 유통개선이냐?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 큰 치킨'이 청와대에서도 논란거리다.지난 9일 롯데마트가 '통 큰 치킨'을 출시한 이후, 영세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싼값에 치킨을 사먹을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이 몰려들면서 커진 논란은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청와대까지 확산됐다.정 수석은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매일 600만원씩 손해보면서 하루에 닭 5000마리를 팔려고 한다"며 "혹시 '통 큰 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 큰 전략'이 아니냐'고 비판했다.그는 "생닭 한 마리당 납품 가격이 4200원이고 튀김용 기름과 밀가루 값을 감안하면 한 마리당 원가가 6200원 정도"라며 "결국 닭 한 마리당 1200원 정도 손해를 보고 판매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은 "영세 닭고기 판매점들이 울상을 지을 만하다"고 덧붙였다.정 수석의 주장은 '통 큰 치킨'이 일종의 미끼상품일 뿐이라는 것이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치킨을 판매하는 것은 다른 물품을 판매하기 위해 고객을 유인하는 하나의 미끼로서, 결국 영세상인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공정한 사회'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뜻으로 풀이된다.한나라당과 민주당, 진보신당 등 이념에 관계없이 정치권 모두가 한결같이 '롯데마트가 영세상인들을 다 죽인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논란이 확산되자, 정 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물가안정에 기여하고자 했을 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역행하려는 뜻이 아니었다"면서 "당장 철회할 경우에 발생할 대 소비자 부담과 기타 부작용이 있고 해서 시간을 주면 잘 해결하겠다"고 밝혔다.노 대표의 발언은 이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집권후반기 국정이념으로 내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흐름을 거스르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해명으로 보인다.그러면서 '물가안정'을 꺼집어냈다. 대형마트의 유통망을 통해 싼값에 질 좋은 치킨을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서민들의 체감물가 안정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형마트들은 PB상품(자사브랜드상품)을 내놓으면서도 PB상품이 유통구조를 개선해 소비자들에게 싼 값으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시했다.물가는 정부가 최근 가장 고민스러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물가와 관련해 "이론적으로만 물가관리를 하지 말라"면서 "통계적 관리도 중요하지만, 서민들과 수요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물가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청와대는 '5000원 치킨' 논란과 관련해 "민간기업의 가격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참모들간에는 롯데마트의 '통 큰 치킨'을 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정 수석을 비롯한 일부 참모들은 '공정 사회' 차원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의 영역에 뛰어드는 것은 동반성장의 기본 뜻을 해치는 것이라며 롯데마트에 비판적이다.반면 다른 일부 참모들은 "정 수석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 청와대의 공식입장은 아니다"고 강조한뒤 "단순한 논리로 이 문제를 청와대가 결론짓는 것은 시장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청와대의 한 참모는 "공정 사회의 잣대를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값싸게 물건을 내놓는 대기업에게 책임만을 물을 수는 없는 것 같다"며 "영세상인들도 변화에 발맞춰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다른 참모는 사견임을 전제로 한뒤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논리"라며 "사사건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 기능을 해치는 결과는 낳는다"고 했다.한편, 롯데마트의 9~11일 사흘동안 7만4000여마리가 팔렸으며, 12일까지 판매량을 더하면 10만마리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흘동안 치킨으로 매출 5억원을 올린 것이다.조영주 기자 yj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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