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주민들 '2차 도발 타겟 되나' 공포

외지사람들 벌써 다 빠져나가...평온한 일상속 바짝 긴장

옹진군청이 지난 19일 촬영한 백령도 고봉포항 전경.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다 빠져나갔다. 주민들도 현재는 평상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피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북한군의 연평도 기습 포격 이후 인근 백령도 주민들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ㆍ미 양국이 북한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를 동원한 서해 합동 훈련을 강행하려고 하자 북한군이 "2차, 3차로 보복 타격하겠다"며 발끈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백령도는 포격 사건이 발생한 연평도보다 위도상으로 더 북쪽에 위치해 있고, 북한 해안포 진지와 해군기지가 위치한 을래도와는 1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북한의 2차, 3차 타격시 표적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 중의 하나로 백령도가 꼽히고 있는 이유다. 일단 현재 백령도 주민들은 추곡 수매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평온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백령면사무소 관계자는 26일 오전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은 현재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추곡 수매 일정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아직까지 특별한 일이 없고, 천안함 사건을 비롯해 이런 상황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두들 두려운 기색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백령도 용기포항 건설현장 관계자도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길라치면 중국 어선들이 먼저 알고 사라졌었다"며 "주민들이 중국 어선이 아직 백령도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것을 보면서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백전 노장'인 백령도 주민들마저 사상 초유인 북한군의 민간인 거주지 포격이 발생하면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용기포항 건설현장에선 인부 3명이 25일 일을 그만두고 떠나는 등 외부에서 온 공사장 일군들과 관광객들은 "혹시라도 일이 생기면 어쩌냐"며 연평도 포격 이후 모두 육지로 떠났다. 일부 주민들도 육지의 집이나 연고지를 찾아 떠난 이들도 있다. 남은 주민들은 방공호의 위치를 다시 기억해두는 한편 언제든지 포격 소리만 나면 대피할 수 있도록 비상식량과 옷가지, 귀중품 등을 미리 챙겨 놓는 등 '만반의 대비'를 갖춘 상태다.백령면사무소 측도 방공호를 점검하고 비상약품과 식료품을 비치해 놓는가 하면 주민들과 함께 비상사태 발생시 대피 훈련을 진행하는 등 북한군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용기포항 건설현장도 유사시 공사장 100m 앞에 마련된 대피소로 직원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비상등ㆍ식량 등을 준비해 놨다. 백령면사무소 측은 "이곳 주민들은 매달 1회씩 비상 대피 훈련을 해 왔기 때문에 무슨 일만 생기면 대피소로 피하는 것이 몸에 익어 있다"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장님들의 인도 하에 방공호로 대피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67개에 달하는 방공호 대부분이 60∼70년대에 지어진 반지하 형태의 낡은 것이서 첨단화된 현대전에서 별다른 효용이 없다는 점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또 천안함 사건 이후 연평도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급격히 줄어든 관광객들로 인해 백령도 지역경제의 심각한 타격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백령도 한 주민은 "천안함 사건 이후 예약했던 관광객들이 다 취소하는 바람에 지역 관광업소들의 상황이 심각했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겼다"며 "정부간 지자체에서 주민들의 생계 보전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백령도는 현재 2200가구에 4800여 명의 민간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해병대 6연대가 사수 중이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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