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에게 던지는 마이스터고 이야기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이상미 기자]'88만원 세대' 대한민국 청년 실업을 이렇게 잘 묘사한 단어는 일찍이 없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지 못하고 거리의 알바로 나서야 하는 불안한 젊은이들에게 취업하고 싶다면 미리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세 가지를 준비했다. 하나는 소녀 발명가를 받아들인 마이스터 고교 이야기고 두 번째는 대한민국 젊은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한다는 '삼성전자'의 미래 일자리 채용에 관한 이야기다. 마지막 이야기는 네덜란드의 창의직업 학교 '노매즈' 이야기다. Story 1 아라와 보라가 마이스터고에서 보낸 1년#1 자신의 발명품에 대해 4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소녀 발명가 김아라 학생(17). 과학과 미술을 좋아해 둘 사이에서 고민해 온 아라는 과학과 예술이 결합되는 디자인 공부에 마음을 두고 미래의 발명CEO가 되는 것이 꿈이다.#2 터치폰을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내가 직접 편리한 핸드폰 UI(사용자 환경)를 제작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는 김보라 학생(17). 관심 분야가 '뉴미디어 디자인'분야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된 보라는 1년 전부터 진로를 고민해 왔다. 올해 초 아라와 보라는 뉴미디어 콘텐츠 분야의 전문가를 키우는 마이스터 고교인 미림여자정보과학고(교장 장병갑)의 첫 신입생이 됐다.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학교는 대학이 아니라 '마이스터고'라고 판단한 것이다. 첫 신입생에게 쏟아지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우려 속에 1년을 보낸 두 학생. 아라와 보라는 그동안 어떻게 공부해 왔을까. 그리고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의 미래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마이스터고 학생들은 보통 교과(37.8%)와 전문 교과(51.4%), 창의적 체험활동(10.8%)으로 구성 된 교육 과정을 밟게 된다. 가장 비중이 높은 전문 교과 수업을 통해서 뉴미디어 콘텐츠 분야의 전문 기술을 습득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총 8교시 수업을 듣는 아라와 보라는 일반계고보다 1학기 동안 510시간 더 많은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면 저녁 6시부터 9시 반까지 방과후 수업을 듣는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 방과후 수업은 매우 중요하다. 아라와 보라는 방과후 수업을 통해 국ㆍ영ㆍ수 보충 수업 대신 MOS자격증 공부나 디자인 기초 프로그램 등 일반계고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공부를 한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로서 갖추어야 할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다. 방과후 교실에서는 학과 별로 특화된 과목을 가르친다. 인터렉티브 미디어과는 IPTV 송ㆍ수신분야, 뉴미디어 디자인과는 디자인 기초 프로그램, 뉴미디어 솔루션과는 자바를 이용한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라와 보라는 방과후 수업이 끝나도 과제가 많아 일찍 잠자리에 드는 날이 거의 없다. 아라와 보라는 일선 기업 임직원이 직접 가르치는 방과후 수업에서 많은 걸 배운다고 말한다. '산학 겸임 교사'라 불리는 이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뉴미디어ㆍIT산업의 최신 기술과 경향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강의한다. 현재 전국 21개 마이스터고에서 73명의 산학 겸임교사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에는 현재 12명의 산학 겸임교사가 방과후교실 선생님과 동아리활동 지원 선생님으로 활동 중이다. 아라와 보라는 지난 1년간 미림벤처창업반 활동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쌓기도 했다. 서울시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 비즈쿨페스티벌 창업 아이템 대회, 교내 비즈쿨 마켓 등 각종 창업관련 대회에 참가해왔고 좋은 성적도 거뒀다. 지난 9월 중소기업청에서 주최한 비즈쿨 페스티벌 창업 아이템 대회에서는 탈착식 배수구 마개로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 수상을 계기로 중국 해외연수 기회도 잡았다. 11월 6일부터 12일까지 6박 7일 간 중국에서 진행되는 창업 연수 프로그램은 북경대와 연계해 창업에 대한 양국 젊은이들의 생각을 나누는 교류의 장이다. 이들은 연수를 위해 모의 토론 및 현지에서 진행될 시장조사 준비도 마쳤다. 아라와 보라는 이번 중국연수에서 창업에 성공한 CEO들의 강연도 직접 듣고, 본사도 방문하게 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영국ㆍ일본 등 외국의 선진화된 직업교육 학교로 교환 학생이나 인턴십을 하러 갈 기회도 생긴다. 학교는 영국의 웨스터민스터 킹스웨이 칼리지(Westminster Kingsway College)와 협약을 체결하고 커리큘럼 교류 및 학생 교류를 하기로 했다. 일본의 도쿄 공과전문대학과도 학생 교류 등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Story 2 속속 마련되는 학생들의 진로마이스터고와 재학생들의 이런 땀방울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교육당국의 노력도 결실을 맺고 있다. 학생들의 진로가 점점 밝아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 마이스터고 1학년 학생을 졸업 후 100명 이상 우선 채용하겠다고 2일 발표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내년 초 현재 전체 마이스터고 1학년 학생 3600명 가운데 3~5%를 채용 예정자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100~200명 가량이 될 이들은 2년 동안 삼성전자로부터 500만원 가량의 장학금을 받고 2013년 2월 졸업과 동시에 채용된다. 또 방학 중에는 삼성전자 현장 실습을 그리고 학기 중에는 맞춤형 방과후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학교를 졸업하면 삼성전자 정규직으로 우선 채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원기찬 삼성전자 전무이사는 이날 "앞으로 매년 같은 형태로 채용할 계획이며 규모를 점점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3%(3600명 중 108명)'라는 수치는 최저 수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앞으로 삼성전자를 필두로 그룹 관계사들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교과부 설동근 제1차관은 대기업이 단순 기능 인력이 아닌 정규 인력으로 채용하겠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 마이스터고들은 이전에 이미 다양한 기업들과 채용 협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전국 21개 마이스터고는 모바일, 반도체, 에너지, 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예비 마이스터를 길러내고 있는데 올해 7월까지 1050개 기업과 산학협력을 체결했으며 채용 약정 인원은 1650명에 달한다. 구미전자공고는 48개 산업체와 1학년 대상 산학 맞춤형반(4개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LG이노텍(40명), ㈜루셈(20명),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50명), ㈜피플웍스(15명) 등과 채용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라와 보라의 미래는 어떨까. 정진석 미림여자정보과학고 교감은 지금 1학년 학생들이 졸업을 앞둔 시점까지 학생 전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현재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삼성 SDS, CJ시스템즈, KT정보에듀, 롯데정보통신 등 100여개의 기업과 산학협약을 맺어 산학 겸임교사 운영, 교육 실무프로그램 운영, 취업 협약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과별로 80개씩 총 240개의 기업체와 협약을 맺는 게 목표다. 학년 당 정원이 120명인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이 졸업할 때는 취업할 회사를 선택할 수도 있는 셈이다.때 마침 발표된 삼성전자의 채용 계획에도 정 교감은 큰 기대를 드러냈다. 이번 발표로 전국 유일의 뉴미디어 콘텐츠 분야 마이스터고인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관련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 학생들은 삼성전자 모바일사업팀에서 스마트폰 제작, UI(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 디자인,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테스트 파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도형 기자 kuerten@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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