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환율전쟁을 넘어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외신 기자와 마주 선 이명박 대통령은 짐짓 여유로워 보였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가장 큰 시험대가 될것이라던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뒤라는 점이 실감나는 자리였다.이 대통령은 이날 "경주 회의에서 환율 정책의 방향과 국제통화기금(IMF)쿼터 및 지배구조 개혁 방안 등에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로써 세계경제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제공조의 기본틀이 마련됐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곧 열리는 서울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추가한 의제, 즉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와 개발의제에 있어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9월 이후 G2(미국과 중국)의 환율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 경주 회의를 앞둔 정부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의장국 이름표를 달고는 있지만, 한국이 자칫 장소만 빌려주는 허수아비 의장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론이 적잖았다. 하지만 환율은 시장에 맡기고 경상수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세계 무역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경주 합의'를 이룬 뒤 한국은 큰 짐을 내려놓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날 이 대통령의 언급은 환율전쟁이라는 국제적 관심사에 밀려 잠시 접어뒀던 한국의 목소리, 즉 '코리아 이니셔티브'가 결실을 맺도록 박차를 가하겠다는 강력한 선언인 셈이다.코리아 이니셔티브는 한국이 단기간에 경제 성장을 이룬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세계가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설정한 화두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다리가 돼 개도국에 꼭 필요한 도움을 주고, 과거 환란을 겪었던 쓰린 경험을 바탕으로 신흥국을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자는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흔히 줄여 말하는 '개발 의제'가 전자,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의제가 후자를 일컫는다. 정부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만방에 선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는 점, G20 안팎 신흥ㆍ개도국의 맏형 노릇을 하게 됐다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따라서 약 1주일 남은 시간 동안 이 두가지 문제에 총력전을 펴겠다는 의중을 분명히 했다. 해당 의제들이 힘을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개발 의제와 관련해 "개도국과 최빈국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비단 해당국 뿐아니라 글로벌 수요를 창출해 선진국에도 도움이 되고, 세계 경제를 균형있게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이 된다"며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고기잡는 법을 알려주는 방식의 개발 원조'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이제까지의 단순한 재정적 원조를 넘어 개도국이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채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대통령은 2일 발생한 예멘 송유관 폭발 테러에 대해 "대한민국은 알 카에다 테러 대상 국가도 아니고 서울 정상회의가 경제살리기 등 세계 모든 나라에 일치하는 목표를 갖고 있어 테러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면서 "알 카에다 사건이 G20 회의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러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다할 것임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이 대통령의 자신감이 엿보이기도 했다.이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6자회담, 중국 등이 북한에 경고를 하고 있다"며서 북한 스스로도 국제사회 세계 정상들이 모여 경제를 다루는 이번 모임에 그러한(테러 등)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대통령은 특히 지난 경주 회의에서 개괄적인 윤곽만 잡고 확실한 수치를 못박지는 못했던 경상수지 목표제의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강조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큰 성과가 있었던 경주 합의 이후 한 달도 안돼 열리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세계 무역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설정하기로 한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상 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수치 제시 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이 문제를 서울에서 매듭짓고자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4%이든 3%이든 수치 제시 자체를 불편해하는 국가들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 대통령이 가능한 서울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자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귀띔했다.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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