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전쟁, 사명전(社名戰)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사명(社名)은 중요하다. 회사에 대한 첫인상이자 브랜드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명을 두고 벌어지는 우여곡절도 많다. 선두업체의 이름 덕을 보려는 경우도 있고 우연찮게 사명이 비슷하게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알루미늄 압출업계 1위인 남선알미늄은 '남성알미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 간 사명 다툼은 올해로 13년째다. 1997년 남성알미늄이 코스닥에 상장하며 기존 상장사인 남선알미늄과 다툼이 시작됐다. 각 회사 주주는 물론 언론마저 두 회사의 이름을 혼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2005년 남성알미늄이 상장 폐지될 때는 남선알미늄이 따로 공시자료를 통해 "두 회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결국 두 회사는 다툼을 법정으로 가져갔다. 엇갈리는 1, 2심 끝에 2008년 남선알미늄이 최종심에서 승소했다. 현재 남선알미늄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 계류중이다. 도시가스 업체인 대성홀딩스와 대성산업간 다툼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 6월 대성홀딩스는 대성산업에 대한 상장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대성산업이 주식회사 대성지주란 이름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선 안된다'는 내용이다.  대성산업은 그에 앞선 5월 회사분할을 결정하고 지주사명을 대성지주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성홀딩스는 "홀딩스가 지주사를 의미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성홀딩스가 곧 대성지주란 뜻이므로 대성산업의 상장명으론 적절치 않다는 소리다. 대성홀딩스 관계자는 "현재 사명변경을 두고 양사 간 논의 중"이라며 "좋은 쪽으로 매듭지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명이 곧 매출'인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이름 다툼이 잦다. 생맥주 프랜차이즈 '쪼끼쪼끼'는 프랜차이즈 '블랙쪼끼'를 상대로 법정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이에 2005년 법원은 "블랙쪼끼는 유사상호"라는 판결을 내렸다. 오래된 중소기업이 '신생'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경우도 있다. 2008년 섬유수출 중소기업 '케이티에프'는 이동통신업체 'KTF'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통신회사로 오인한 전화가 걸려오고 엉뚱한 우편물이 배송되는 등 불편을 겪었다는 게 케이티에프 측 주장이었다.  전문가들은 사명 등록 시 미리 확인하는 자세를 들여 다툼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자체 검증이 잘돼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프랜차이즈는 사명 검증이 미비해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다"며 "사명을 등록하기 전 특허청 등을 통해 미리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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