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사자' 거센 열풍..이유는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상반기 외환시장의 ‘별중의 별’은 누가 뭐래도 엔화다. 누적 공공부채가 1000조엔에 달하고 올해 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 역시 GDP의 1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경제 상황에 비춰보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엔화 '외사랑'은 놀라운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전세계로 확대되고 하반기 더블딥에 대한 공포심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엔화에 전세계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붙은 '사자'에 엔화 급등 = 엔화가 올해 달러화 대비 5% 올랐으며 유로화와 파운드화 대비 각각 20%, 12% 상승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헤지펀드들들은 물론 각국 중앙은행까지 엔화 ‘사자’ 열풍에 동참했다. 특히 헤지펀드가 엔화의 최대 매수 세력으로 급부상했다.이로 인해 엔달러 환율은 올해 86.94엔까지 밀렸다. 또한 올해 엔은 실질실효환율 기준(교역국간 물가변동을 반영한 실효환율) 14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또한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국제통화시장(IMM)의 엔화 매입 포지션 규모는 지난해 12월 이래 최고치인 54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역시 일본 국채 매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국은 1~4월 일본 국채를 5410억엔(58억달러) 순매수한 데 이어 5월 7352억엔을 매입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매수 열기, 왜? = 일본 기준 금리가 제로수준이며 당분간 인상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엔화는 매력적인 자산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펀드와 중앙은행이 엔화 사재기에 나선 이유는 뭘까.FT는 달러의 투자 매력이 급감한 데서 이유를 찾았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엔화가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것. 실제로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인 대신 엔화를 매입했다. 크레딧아그리콜의 사이토 유지 디렉터는 “달러의 유동성을 대체할 수 있는 통화로는 엔화가 유일하다”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한 후 엔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두 통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올해 급락한 주식 시장 역시 엔화의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이후 나타난 엔화 강세를 살펴보면 보다 명확해 진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세계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위해 엔 캐리트레이드를 청산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엔화의 가치가 급등한 것. 물론 현재 엔화 상승에 미치는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효과는 이보다 훨씬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FT는 이 밖에도 3가지 요인으로 인해 엔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일본과 타국간의 단기금리 스프레드가 좁혀지면서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헤지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 이로 인해 해외 투자를 위한 엔화 매도 압박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두 번째로는 일본이 세계 최대 순채권국임에도 불구, 국채 대부분을 내수시장에서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투자와 가계 저축으로 국채의 95% 이상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꾸준히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일본의 디폴트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또한 미국과 유럽에 비해 양호한 경제 성장 전망 역시 엔화 상승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가계 수요 및 기업 설비투자 증가로 일본 경제가 큰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EO)’ 수정치를 발표하며 유럽지역은 올해 1.0% 성장할 것이라고 본 반면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글렌 맥과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 투자자들은 일본의 자본 도피 리스크를 낮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도피란 자국통화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 안전한 외화를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한편 FT는 일본은행(BOJ)이 추가적인 엔화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조해수 기자 chs9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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