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미국이 금융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 신용평가사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채권 발행업체가 신평사를 직접 선택하고 이들에게 수수료를 지급, 엉터리 평가가 이뤄지는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는 것.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채권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신평사를 지정하는 정부기관을 설립하는 내용의 금융개혁안 수정안을 채택했다. 채권 발행사와 신평사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의도다.민주당의 알 프랭켄 미네소타주 상원의원이 제안한 이 수정안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로 찬성 64표, 반대 35표로 통과됐다. 지난해부터 대형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한 월가 규제 강화에 본격 나선 미 정부가 신평사를 직접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수정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는 위원회를 설립, 이 위원회에서 금융업체가 발행하는 채권 등의 상품에 대한 신용평가 업무를 맡을 신평사를 지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수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대형 업체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그간 채권을 발행하는 금융업체들은 신평사를 직접 선택해 신용등급 평가 업무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지급받는 신평사들이 금융업체에 유리한 신용등급을 주게 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프랭켄 의원은 “채권 발행업체들이 신평사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신용등급을 사들이고 있다”며 현 관행을 비난했다. 그는 이 수정안을 통해 "이해관계 충돌을 없애고, 소형 신평사들이 대형업체들과 경쟁할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S&P의 크리스 앳킨스 대변인은 “신평사를 정부 혹은 정부가 지명한 제3자가 지정함으로써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을 정부가 보증한다고 믿게 될 것”이라며 “신용등급에 과도하게 의지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시스템이 적용된다면 신평사들의 평가모델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원은 다음주 금융개혁안을 최종 표결할 전망이다. 이 수정안 법제화를 위해서는 앞서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과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단일 법안이 최종 통과된 후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공수민 기자 hyun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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