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 '삼전도비' 원위치로 이전

고증 거쳐 최초 설립위치인 석촌호수 서호 언덕(잠실동 47)으로 이전, 25일 준공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수난의 삼전도비(三田渡碑, 사적 제101호(1963.1.12 지정))가 최초 설립 위치인 석촌호수 서호 언덕(송파구 잠실동 47)으로 이전돼 25일 준공된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의 원위치 고증을 거쳐 지난 12월 착공된 지 4개월만의 일이다. 송파구는 2003년부터 계속 삼전도비 이전에 대한 문화재청 심의를 요청해왔다. 1980년대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역사적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 비석이 들어서 재산권에 피해를 미치고 있다는 주민들의 계속된 요구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문화재위원회는 원위치에 대한 정밀한 고증이 없는 한 이전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지켜왔다.그러나 송파구청이 2008년 3월 원위치에 대한 고증자료를 제출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삼전도비 이전 후 모습

이에 따라 2008년 4월 문화재청이 최초 위치에서 가장 근접한 지역으로 조건부 승인을 통보해왔다. 원래 삼전도비의 위치는 경기도 광주군 중대면 송파리 187로 인조가 항복의 예를 올렸던 수항단이 세워졌던 자리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그 위치는 현 롯데월드 바로 밑 석촌호수 서호의 북동쪽 부분 수중(매직 아일랜드 옆)으로 고증됐다.이는 지난 2007년 서울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른 것으로 1938년 간행된 ‘속경성사화’에 수록된 ‘경성부근 명승 사적 안내도’에 표기된 위치와 같다. 4개월 간 진행된 이전작업은 그동안 풍화로 마모된 비를 보호하기 위해 현대적인 양식의 보호각을 설치하고 균열된 비신을 보수하는 등 문화재보존 작업이 병행됐다.

삼전도비 이전 전 모습

구는 또 CCTV 설치를 비롯 문화재 지킴이를 배치할 예정이다. 이연주 문화체육과장은 “특히 이번에 이전된 석촌호수는 서울에서 유일한 도심 속 호수로 평일 1만명, 주말 2만~3만명의 서울시민 뿐 아니라 관광객이 즐겨찾는 서울의 명소다. 덕분에 치욕의 역사이긴 하나 자라나는 세대에게 국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훌륭한 역사교육의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인조 17년(1639) 병자호란 당시 청 태종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삼전도비는 1895년 고종의 명으로 땅에 묻혔다가 일제강점기 다시 세워졌다. 광복 후에 다시 땅속에 묻혔다가 1963년 홍수로 모습이 드러났고, 석촌동 내에서도 2~3차례 이전을 거쳐 최근까지 송파구 석촌동(289-3 공원내)에 있었다. 더구나 2007년 붉은 페인트로 훼손되는 수모를 겪는 등 역사만큼이나 고난이 끊이지 않았다.박종일 기자 dre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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