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동서 최저가 수주전(종합)

"제살깎기식 저가수주" 우려 지적···"수익성 있다" 반론도[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국내 플랜트·건설업계가 중동에서 최저가 입찰 전쟁을 펼치고 있다. 연초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최저가 방식으로 연이어 발주, 경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국내 수주 가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해외에서의 최저가 경쟁 붐은 자칫 '제살 깎아 먹기식 수주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신규 정유공장 10개 프로젝트 중 3개 프로젝트의 응찰업체 마감 결과 (치요다 컨소시엄)이 코커 유닛(Coker Unit) 프로젝트에 참여업체 중 최저가인 12억달러를 써 낸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드 블록(Crude Block) 프로젝트의 최저가 응찰업체는 로, 10억달러를 써냈다. 이와함께 가솔린 블록(Gasoline Block)은 스페인 TR이 최저가 23억달러에 응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추정금액 12억달러 상당의 수첨탈황분해시설((Hydrocracker)에는 GS건설과 대림산업 등이 최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고 9억달러 상당의 프로젝트(Storage tanks)와 5억달러 상당의 프로젝트(Solid Handling)에는 각각 대우건설 한화건설 현대중공업 SK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이 참여했다. 이들 업체도 발주처의 요구대로 최저가격으로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얀부 신규 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회사인 아람코와 코노코필립스가 하루 40만 배럴 규모의 정유 공장을 짓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66억달러에 달한다. 국내 8개 플랜트·건설사들은 총 5개 패키지에 나눠 지난달 최종 입찰에 참여하며 수주 기대를 걸어왔던 곳이다. 국내 업계는 이번 입찰전을 계기로 중동지역에서 국내 업체끼리 '제 살 깎아 먹기식 수주전'이 확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저입찰제 방식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해외 프로젝트에서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과감히 최저가 수준으로 응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발주업체들 역시 한국업체들의 이런 상황을 노려 국내외 업체를 무더기로 초청한 후 최저가 경쟁을 부추긴 후 단가를 낮추는 악순환을 되풀이 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경쟁사들이 최저가 이하 수준으로 응찰에 나서고 있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이달 초 쿠웨이트석유회사(KOC) 발주 가스 가압장 171번 입찰에서 이탈리아 엔지니어링 회사인 사이팸(Saipem)이 최저가인 9억달러를 제출, ‘출혈경쟁’을 예고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입찰에 참여한 국내 업체 중 가장 낮은 금액으로 응찰한 대림산업(11억달러)보다도 2억달러나 낮은 금액이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중동지역은 선취로 발주가 되다보니 공사금액 변경이 안되고 공사기간이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장에서 인력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라 향후 이런 부분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저가 수주전이라고 제살깎기 경쟁으로 확대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저가 수주로 응찰하더라도 원가 및 판매관리비 절감 등을 통해 마진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적정한 마진이 보장되는 선에서 입찰하고 있다"며 "지난해 7.5%의 영업이익률을 거둔 만큼 올해도 그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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