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올해는 '세계 고릴라의 해(The Year of the Gorilla 2009)'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UNEP와 유네스코가 사무국을 맡고 있는 대형유인원생존파트너쉽(GRASP), 그리고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가 멸종위기를 맞은 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해 정한 것이다.과연 고릴라는 어떤 동물일까. 영화 '킹콩'에서 금발 미녀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 킹콩이 바로 고릴라다. 가슴을 두드리는 공격적인 행동이나 킹콩에서 보여지는 모습으로 고릴라를 난폭하고 위험한 야수로 오해를 받는다. 사실은 영화속 킹콩이 여자 주인공을 손에 올리고 다정한 얼굴을 보이는 모습이나 부끄러움을 타는 모습이 실제 고릴라의 모습과 더 가깝다. 고릴라들은 산속이나 열대우림에서 무리를 이뤄 살며, 채식을 하는 평화주의자다. ◆고릴라는 어떤 동물?고릴라는 사람과(Hominidae)에 속하며 학명은 고릴라 고릴라(Gorilla gorilla)다. 영장목 중 가장 큰 종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약간 크다. 신장(뒷발로 섰을 때의 높이) 2~2.3m로 사람보다 훨씬 큰 키를 자랑한다.두 팔을 벌렸을 때의 두 손끝 사이의 폭은 3m에 이르고 몸무게는 150~290kg이다. 팔은 상대적으로 짧아서 섰을 때 뒷발 무릎에 못미친다. 엄지발가락이 크고 비교적 앞쪽에 위치하는데 사람의 발가락을 닮았다. 얼굴은 검고 코는 펑퍼짐한 납작코이며, 콧구멍은 크고 눈 위에 두툼한 뼈가 튀어나와서 사납게 보인다. 나이 든 수컷은 정수리가 헬멧을 쓴 것처럼 높아진다. 흥분하면 뒷발로 서서 이빨을 드러내고 가슴을 두드리며 '펑펑' 하는 소리를 낸다. 가슴을 두드리는 공격적인 행동이나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는 달리 고릴라는 온순하다.먹이는 버섯·셀러리·죽순나무의 연한 잎·양치류 등 섬유가 많은 식물질이며, 먹이를 손으로 집어서 먹는다. 물은 입술을 대고 마신다. 어린 것일수록 나무를 잘 타지만 어른이 되면 몸이 무거워져서 나무에 오르지 않는다. 일부 고릴라는 아프리카 산속에서 살아가고 일부는 저지대의 열대우림에서 살아간다. 고릴라의 DNA는 인간과 97~98%가 일치하고 침팬지, 피그미침팬지 다음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멸종위기에 놓인 고릴라이런 고릴라를 얼마 지나지 않으면 못볼지도 모른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현재 고릴라가 야생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뿐이며, 아프리카에 서식중인 고릴라 4아종 가운데 3아종이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오래전부터 식량이나 전통약제를 구하기 위한 밀엽으로 고릴라들이 사라지고 있다. 아프리카내 군사적 충돌과 벌목, 화전농업에 의한 서식지 파괴 등으로 고릴라의 터전도 파괴됐다. 우리가 사용하는 핸드폰 등 전자기기들도 고릴라의 생명을 위협한다.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 탄탈륨이라는 자원이 필요하고 이 탄탈륨은 콜탄에서 추출된다. 문제는 콜탄, 금, 아연과 같은 희귀 금속 자원들이 생산량이 매우 적고, 고릴라 서식지가 있는 아프리카 일부지역에 매장돼있다는 점이다. 이 광물들을 채굴하기 위해 사람들이 고릴라 서식지를 불태우고 땅을 파면서 이들의 멸종위기를 더욱 악화 시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핸드폰을 생산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속에는 고릴라의 아픔이 숨어있다. 물론 우리가 뜻하지 않은 결과긴 하다.◆야생 고릴라 얼마나 남아있나?야생에서 얼마나 많은 고릴라가 살고 있을까. 고릴라는 2종(species)이 있으며, 각 종은 2개의 아종(subspecies)으로 나뉜다. 서부고릴라와 동부고릴라가 그것. 서부고릴라에는 서부로랜드고릴라와 크로스리버고릴라가 있다. 서부로랜드고릴라는 밀렵과 에볼라바이러스로 심각한 멸종위기를 맞았고, 크로스리버고릴라는 서식지 소실로 멸종위기에 놓였다. 서부로랜드동부고릴라는 마운틴고릴라와 동부로랜드고릴라로 분류된다. 마운틴고릴라는 질병과 사람들의 공격으로, 동부로랜드고릴라도 불법밀렵 등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현재 야생에서 살고 있는 서부로랜드고릴라는 20만마리로 추정되고 있으며 크로스리버고릴라는 250~300마리, 마운틴고릴라는 650~700마리, 동부로랜드고릴라는 5000~1만마리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서는 유일하게 서울동물원 신유인원관에만 암수 한쌍이 살고 있다. 로랜드고릴라 부부인 이들의 이름은 고리롱(43)과 고리나(38)다. 고릴라의 평균수명이 30~40살 정도로 이들은 이미 고령 고릴라 부부가 됐다. 그만큼 담당사육사들의 특별대우를 받는다. 한편, 서울동물원은 21일부터 오는 29일까지를 '고릴라 특별주간'으로 선포하고, '고릴라 구출작전' 특별행사를 연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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