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 국부펀드가 부동산, IT 등 해외 기업과 실물 자산으로 투자 반경을 넓혀나가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금융위기 이후 보폭을 확대한 국부펀드가 경기 회복 조짐을 틈타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 특히 중국투자공사(CIC)가 전방위적인 해외 자산 인수에 나섰다. 기업과 실물 자산에 강한 '식욕'을 보이며 관심과 경계의 대상으로 부상했고, 최근 들어서는 그린 에너지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이밖에 중동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의 국부펀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00억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CIC는 현금성 자산 비중이 87.4%에 달하는 대표적인 현금부자 기업. 최근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그 동안의 소극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공격투자에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글로벌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형성했다는 판단에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CIC의 고위 임원들이 최근 블랙록, 인베스코, 론스타 펀드 등 미국 사모펀드들과 만나 미국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주택저당채권(MBS) 등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 투자와 부동산 매입에 관해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호주 부동산 개발업체 굿맨 그룹에 투자한데 이어 영국 부동산 개발사 카나리와프 그룹의 최대주주 송버드 에스테이츠의 지분을 매입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첨단기술투자청(ATIC) 역시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싱가포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차터드세미컨덕터를 18억 달러에 인수,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만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ATIC는 지난 3월에도 비메모리 반도체업체인 미국 AMD와 합작으로 세계 3위 반도체 파운드리업체 글로벌 파운드리를 설립한 바 있다. 잇단 사업확장으로 ATIC는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됐다. 카타르 투자청(QIA)은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에 5성급 호텔, 백화점, 스포츠 센터 등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총 1억50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어 2013년까지 이를 완공할 계획. 카타르 투자청의 부동산 사업부 카타르 디아르의 하싼 알 파달라 최고경영자(CEO)는 8일 현지 언론 '더 페니슐라'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를 베트남에서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역시 최근 공격적인 해외 투자 의지를 밝혔다. 지난 달 말 S. 다나발란 테마섹홀딩스 회장은 "해외 기업 지분을 늘려가면서 좀 더 활발한 투자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이사회 및 경영 참여를 통해 주주로서의 지속가능한 투자이익 추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투자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외 기업들에 대한 경영간섭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국부펀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자리한다. 과거 국부펀드들은 강한 정치색 때문에 타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1980년대 일본 기업들은 미국 부동산 시장에 770억 달러를 투자해 록펠러 센터 등과 같은 건물을 인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2003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홀딩스는 미국 광통신망 업체 글로벌 크로싱의 일부자산을 인수하면서 보안상의 문제로 미 국방부와 마찰을 일으킨 적이 있다. 또 대부분의 국부펀드들이 지배구조와 운용내역, 투자원칙 등을 비공개로 하고 있어 국부펀드를 믿지 못할 존재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동안 테마섹과 아부다비펀드가 각각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에 투자하면서 국부펀드에 대한 이미지도 ‘환영 받지 못한 침략자’에서 ‘예기치 않은 구원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또 돈줄에 목이 마른 미국 기업 임원들이 외부 자금을 수혈받기 위해 워싱턴에 로비하면서 해외 진출도 한결 용이해진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트스트리트에 따르면 현재 3조 달러 가량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국부펀드는 2020년께가 되면 12조~20조 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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