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심 '등급 상향조정' 기대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 중의 하낭니 영국의 ‘피치(Fitch)’가 2일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의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로 상향 조정함에 따라, 다른 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이 같은 조정에 나설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피치는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발생한 세계 경제.금융위기의 영향을 감안해 그해 11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그러나 9개월만에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 추이 (자료: 기획재정부)
피치의 이번 발표는 최근 진행된 우리나라와 ‘연례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피치는 지난 7월 제임스 매코맥 아시아 국가 신용등급 담당 이사를 단장으로 하는 실사단을 우리나라에 보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 및 금융정책 당국자들을 만났으며, 주요 금융기관도 방문해 우리나라의 경제상황 전반을 점검했다.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와 관련, “통상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면 수개월 내에 신용등급 자체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인 반면, ‘안정적’은 현재의 등급 수준이 적정하고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뜻한다”면서 “피치의 이번 전망 조정은 우리나라의 위기대응 능력과 그동안의 지표 개선 수준, 유동성 개선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실제로 피치는 지난 해 11월 우리나라와 함께 말레이시아,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러시아 등 모두 6개 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추고, 불가리아와 카자흐스탄, 헝가리, 루마니아 등 4개국은 아예 ‘등급’ 자체를 하향 조정했으나, 이렇게 낮춰진 등급이나 전망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킨 것은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때문에 정부는 피치의 이번 신용등급 전망 조정을 계기로 무디스와 S&P 등 다른 평가기관들의 등급 또는 전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무디스와 S&P는 지난해 금융위기 발생 이후 피치와 더불어 세계 각국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일제히 낮추면서도 유독 우리나라의 등급과 전망엔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이 우리나라의 등급이나 전망을 조정할지는 지금으로선 예상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무디스는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지난 2007년 7월 부여한 ‘A2,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S&P는 2005년 7월 ‘A, 안정적’으로 평가했다.다만 피치가 2005년 10월부터 유지해오고 있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A+’가 무디스나 S&P의 평가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등급의 상향 조정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이 같은 의견은 S&P가 8월말 우리나라와 가진 연례협의에서 ‘한국이 금융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인 가운데, 최근의 빠른 경제 회복세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으며, 특히 그동안 문제가 됐던 외환보유액 규모(7월말 기준 2375억 달러)도 ‘충분’하고 비용 측면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늘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크다.또 무디스도 지난 5월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서 우리 수출산업의 경쟁력 제고 및 대규모 외환보유액 등에 따른 경제여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정부 부채 축소, 금융시스템 및 북한 등으로부터의 불확실성 감소, 은행 부문의 단기외채 축소, 경기회복세 지속 등이 이어질 경우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이번 신용등급 전망 조정을 계기로 역시 지난해 11월 한꺼번에 하향 조정됐던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농협, 신한은행,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하나은행, 외환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캐피탈, 현대카드 등 금융기관의 등급 전망에도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김 국장도 “국가 신용등급 전망이 높아진 만큼 다른 금융기관들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