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공제 축소 바람직' vs. '감세 기조 흔들린다'
고소득 전문직과 대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을 대폭 줄여 '증세' 효과를 거두려는 정부의 '2009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혼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차별적 공제를 축소하면서 재정건정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가 하면 "감세도 아닌 어정쩡한 증세로 정책 기조가 바뀐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비과세·감면을 줄이고,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같은 기존의 무차별적 공제를 축소해 정책 목적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 쪽으로 제도를 전환하겠다고 한 것은 세원 확대와 더불어 내년 이후 재정수지 악화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전 실장은 "법인세, 소득세 등의 세율 인하 방침에 따라 세 부담이 낮아지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원 관리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전반적인 공제 수준을 관리함으로써 세입기반 축소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다른 일각에에선 '감세와 규제완화→대기업 투자확대→중소기업 여건 개선→소비 심리 회복→실물 거시경제 회복' 등의 수순을 밟아오던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친(親)서민·친(親)중산층'이란 굴레와 재정적자 회복을 위한 묘안 마련 사이에서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임봉욱 대전대 교수는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 재정건전성 확보와 서민ㆍ중산층 세제지원, 미래성장동력 지원 등을 주요 정책목표로 내세우고 있는데, 동시에 이 모두를 달성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영 한양대 교수도 "정부가 소득세ㆍ법인세 추가 인하 방침을 유보하자는 의견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도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의 초기 정책기조가 흔들리는 것 같다"면서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세금을 올려 이루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아울러 조 본부장은 고소득층에 대한 비과세·감면 대폭 축소와관련, "고소득층에서 공제받던 것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전반적으로 세금 부담이 올라가게 된다"며 "이 경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여력이 약화되고, 그것이 내수활성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선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등 기업에 대한 특례 폐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임봉욱 교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신성장동력산업 등 연구.개발(R&D) 분야 투자 지원을 확대한다고 했는데, 특정 산업에 대한 R&D 세제지원이 일반적인 투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투공제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조경엽 본부장도 "임투공제 폐지 등은 기업의 투자와 직접 연관된 부분"이라며 "차라리 반대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대기업 최저한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각종 비과세ㆍ감면제도를 축소하지 못해 최소한으로 내야할 세금을 인상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그러나 5년 동안 미공제액을 이월 공제한다는 건 오히려 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인 만큼 이월공제를 없애는 게 좋다"고 말했다.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에 대해서도 예상했다는 반응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이영 교수는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소득공제를 폐지하는 무리한 비과세ㆍ감면 축소보다는 내년에 예정된 법인세·소득세 등의 추가 인하 조치를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조용근 한국세무사회장은 "양도소득세 예정신고 10% 세액공제는 성실한 세금 신고와 납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을 한꺼번에 없애면 불성실 신고가 늘어날 수 있다"며 "단계적으로 세액공제를 낮추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그러나 김규정 부동산뱅크 부장은 정부가 양도소득세 세액공제 폐지나 3주택 임대사업자 전세보증금 소득세 부과 등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에 나서더라도 "부동산 실물현장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활성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10%의 세액공제 폐지가 매도에 영향을 줄 정도의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부과도 이미 주택 월세와 상가 전·월세 모두에 소득세 부과가 이뤄져온 만큼 과세 형평성차원에서 시장에선 오래 전부터 언급되고 예상했던 일이란 판단이다.김 부장은 "소득세가 부과될 경우 일시적으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인상에 영향을 줄 순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만큼 시행(2011년) 이후에 시차를 두고 봐야된다"고 덧붙였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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