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희호 여사가 어디에 계시는지 아세요?"19일 오후 4시 51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앞. 남양주시에서 온 이재성(34, 남, 남양주)씨 가족은 김 전 대통령이 아니라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찾아왔다. 이 씨는 어린 아들의 손을, 부인인 최정란(여, 34)씨는 딸을 안고 한참동안 이 여사를 찾아헤맸다. 이날 일도 포기한 채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이씨 가족이 이 여사를 찾는 사연은 이러했다. 1년 전 이맘 때쯤 이 씨 가족은 휴가차 찾았던 변산에서 김 전 대통령 내외를 만났다. 김 전 대통령을 한 번에 알아본 이씨의 아들 이용경(당시 5살)군은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김 전 대통령 앞으로 달려갔다. 이어 이 군은 김 전 대통령에게 "할아버지 저도 대통령될 거에요"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당황했을 법도 한 김 전 대통령 내외였지만, 소탈한 웃음으로 "이리와서 사진찍자"며 이 씨 가족을 불렀다고 이씨 부부는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가족은 당시 찍은 사진이라며 김 전 대통령 내외와 용경군이 다정하게 모여 앉아 찍은 사진을 내보였다. "남북화합, 민주화 등 국가에 큰 획을 긋는 일들을 해내신 분이었지만 실제로 만났을 땐 정말 잘 아는 할아버지 같으셨어요. 이희호 여사 또한 넉넉한 웃음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1년 전을 되돌아보던 이씨는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도 보고, 이 여사라도 뵙고 위로의 말을 전하러 왔는데 아무래도 저희를 만나시기엔 심신이 많이 지치셨겠죠?"라며 본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들은 김 전 대통령 내외의 큰 아들인 홍일씨와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까지 자랑하는 아들이지만, 처음 칠삭둥이로 태어나 한 때 생명이 위태로웠었 적도 있었다. 때문에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장남 홍일씨를 보면 더욱 마음이 짠해진다며 최씨는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김 전 대통령의 큰 아들인 홍일씨는 내란 운동 사건으로 인해 아버지와 함께 조사기관으로부터 고문을 당하면서 허리 등을 다친 이후 몸이 불편한 상태다. "우리 아들도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 키워서 그런 지 김 전 대통령 내외가 더욱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이 여사 얼른 자리 털고 일어나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손을 꼭 부여잡고 빈소 앞을 떠나는 부부의 뒷모습에 김 전 대통령 내외의 미소가 스쳐갔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사진=이기범 기자 metro8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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