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정유미라는 이름은 아직 대중에게 낯설다. 김정은 주연의 '사랑니'로 상업영화에 데뷔한 그는 단역을 포함해 스무 편에 가까운 작품에 출연했지만 여전히 낯선 배우다. 영화 '가족의 탄생' '좋지 아니한가' '오이시맨'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 대체로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들에 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쉼 없이 달리고 있는 정유미가 여름 블록버스터의 전쟁터에 들고 나온 작품은 괴수영화 '차우'다. 출연작을 통해 독특한 취향을 자랑해온 그의 성향을 드러내는 작품이지만 이전 작품보다는 훨씬 동적이고 대중적이다. "제게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대체로 정적인 게 많았는데 '차우'는 달랐어요. 이전 작품들도 그랬지만 이번 영화도 처음부터 확 끌린 건 아니었어요. 제게 오는 작품이 많지는 않은데 제가 선택할 수 있다면 되도록 재미있게 생각하는 부분을 하는 게 좋잖아요. '차우'도 그래서 선택한 거예요. 시나리오보다는 연기할 때 훨씬 재미있었죠."정유미는 '차우'에서 생태학을 전공하는 조교 변수련 역을 맡았다. 변종 야생 동물에 관한 연구로 '한 건' 올리기 위해 식인 멧돼지 추격대에 합류하는 인물이다. 무심한 퍼머머리에 치아교정기를 한 변 조교는 빵을 먹으며 소주를 마실 정도로 조금은 엉뚱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유미는 가끔 '4차원'이라는 말을 듣지만 그는 "기자들만 그렇게 말할 뿐 주위에서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 말이 맞다면 그는 3.5차원에 속해 있는 배우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평범한 듯 독특하고, 독특한 듯 평범하다. '오이시맨'에서 이민기와 소주를 주고받는 장면이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화를 터트리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정유미의 연기는 다른 배우에게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개봉 한 달 남은 시점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뭐냐'는 촬영감독의 질문에 "애벌레 반찬이 나오는 장면에서 직접 먹는 연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한 것만으로도 '3.5차원' 정유미의 진가는 드러난다. 결국 재촬영에 들어간 정유미는 큼지막한 애벌레를 베어무는 연기를 마치고서 '별 맛 없구나'라고 생각한 뒤 반토막난 벌레를 뱉어냈다. 그것이 정유미가 생각한 변수련의 캐릭터였다. 정유미가 자주 말하는 단어 중 하나는 소통이다. 그는 연기에 있어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1차적으로는 감독, 2차적으로는 배우끼리 소통이 돼야 서로 하는 이야기가 뭔지 이해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며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런 걸 조금씩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니'부터 '잘 알지도 못하면서'까지 관객들에게 떠나보낸 정유미가 지금 관객과 소통해야 할 작품은 '차우'다. 그는 "유명해져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유명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어떤 장르의 영화건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 앞으로 되고 싶은 배우의 모습 같은 걸 정유미에게 묻는다면 "모른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정유미는 "아직은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연기가 재미있고, 하고 싶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는 말로 그 답을 대신했다.정유미는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은 배우다.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훌륭한 점도 많은 배우다. 그는 "지나온 길이 절대 부끄럽지 않다"며 "내 연기가 누군가에겐 좋아 보이기도 할 테고 누군가에는 빈틈이 보이기도 할 테지만 난 단지 더 잘하고픈 마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 찍는 게 아직도 불편하고 화술이 능하지 않은 이 신인배우에게 연기만큼 좋은 소통의 방식은 없어 보였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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