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개선 서둘러라' 사교육 대책 연일 질타

청와대가 사교육비 대책과 관련 교육과학기술부를 연일 질타하면서 사교육비를 잡기 위한 교과부의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사교육비 경감 방안에 대해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질책한데 이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24일 강연회에서 사교육비 문제는 정부의 시스템 문제라고 비판했다. 곽 위원장은 이날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초청 간연회에서 "가계의 사교육비가 전체 수입을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까지 나오는 것은 이 나라의 시스템이 잘못돼 있다는 반증"이라며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실질소득을 보전해 주는게 현 정부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라고 밝혔다.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 무산 이후 잠잠하던 곽 위원장이 공개 강연회에서 다시 사교육 대책 관련 목소리를 높인 것은 전날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이 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교육 대책 주무부처인 교과부를 몰아세우며 "과거에는 없는 사람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었으나 사교육 부담이 커지면서 서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교육을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민계층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로드맵을 갖춘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마련하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이 발언은 사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심정이 절박하지만, 상대적으로 교과부는 다소 미온적인 대책과 행동을 보여왔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사교육비 문제를 강조해왔다. 임기 내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일찍부터 내걸었고,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도 사교육비 관련 종합대책을 주문했다. 올 2월에는 '사교육 없는 학교'로 유명한 서울 덕성여중을 직접 방문, 사교육비 줄이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고, 이후 라디오 연설과 대학총장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사교육 도움 없이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이런 의지와는 다르게 사교육 관련 정책은 계속해서 비판을 받고 있다. 각종 경쟁 중심의 교육정책으로 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었고, 최근 발표된 사교육 절감 대책에도 학원가는 "내용이 별것 없더라"라며 여유를 보였다. 정책에 따라 또 다른 사교육시장이 생긴다는 증권가의 긍정적 분석으로 상장된 사교육업체들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특히 곽 위원장이 추진한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는 교과부가 반대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논란거리만 됐다. 결국 이 방안은사교육 대책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학원가의 로비라는 의혹만 받고, 정부의 사교육 절감 의지는 후퇴한 것처럼 보이고 말았다. 여기에다 정부의 최대 교육공약 중 하나였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자율형 사립고 신청 저조로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 상황이 이쯤되자 사교육 절감대책과 관련 정부의 부담은 극에 달해 교과부에 지속적으로 강력한 대책 마련을 주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게 교육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교과부는 대통령의 주문에 맞춰 우선 이달 초 발표한 특수목적고 입시개선안 등 사교육 종합대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하반기부터 집중적인 단속과 지도를 병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올해 지정될 400개의 '사교육 없는 학교'를 통해 2012년까지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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