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등 규제 강화' 주장에 '과다규제' 우려도
23일 열린 ‘세계은행(WB) 개발경제컨퍼런스(ABCDE)’에선 세계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규제 강화 방안 등을 두고 다양한 견해가 제시됐다.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신흥경제국가의 관점에서 “글로벌 금융규제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반면, 조슈아 아이젠만 미국 캘리포니아대(산타크루즈) 교수는 “규제 당사자들의 의견이 의사결정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과다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규제기관의 독립성 및 투명성 등을 높이기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날 오전 ‘금융위기와 규제’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 제3차 전체회의에 앞서 배포한 ‘글로벌 규제시스템 개혁: 동아시아 신흥경제의 관점’이란 자료를 통해 “지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는 선진국과 신흥경제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를 야기하고, 선진국 금융시스템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동아시아의 신흥경제국가들은 과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외부 충격에 의한 유동성 위기에 대한 관리능력을 경험했지만, 세계 금융시장과의 통합 정도가 클수록 위기관리능력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외환보유액 소진에서 비롯된 동아시아 신흥경제의 유동성 위기는 이후 경제 전체로 이어졌으며, 특히 선진국 은행산업에 만연한 은행 대차대조표의 외화자산과 부채 만기 불일치가 이번 금융위기에서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는 것.
이에 박 교수는 “비현실적인 방안일 수도 있지만, 지금결제기능을 전담하는 은행에 대해 무위험 국채 매입에만 자금운용을 허락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신흥경제에 대한 최종대부자의 유동성 지원 보장을 통해 만기불일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세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선 다양한 구조화 파생상품 발생 및 거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다국적 금융기업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이젠만 교수는 ‘금융위기와 과소규제 및 과다규제의 역설(Paradox)’이란 발제문에서 “규제강화 노력은 위기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위기 발생 가능성 자체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면서 “규제개혁 정책입안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성 및 규제 노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부족으로 인해 규제정책 집행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발생 확률이 낮은 경제안정기엔 규제강도가 약화되고, 또 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기간이 충분히 지속될 경우엔 사회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지만 실제 규제 수준은 ‘영(0)’으로 떨어진다”는 게 아이젠만 교수의 설명.
이에 아이젠만 교수는 “향후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선 규제 당사자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규제기관의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 ▲정보 공개 및 건전성 규제(prudential regulation)에 관한 글로벌 기준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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