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토지보상금 10조원..어디로 갔을까

절반 단기예금상품에 묻어 놓고 '눈치보기' 불황속 '대기성 단기부동자금' 전환...나머진 수익성 임대상가로
수원에 거주하는 김철호(58)씨는 지난 3월 동탄2신도시 개발로 100억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토지보상금을 받았지만 예치은행에서 찾은 금액은 3억원에 불과하다. 인근 동탄신도시에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 전부다. 나머지 보상금은 은행에 단기성 예금에 예치해 놓았다. 토지를 구입하려해도 투자가치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 토지보상금, 갈수록 부동화현상 '심화' = 지난 3월 한국토지공사의 돈 5500억원이 이틀 만에 동 났고 경기도시공사도 보상 첫날 800억원이 넘는 돈을 보상금으로 지급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잠잠하다. 화성시 반송동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평상시와 다름 없이 아직 조용하다”며 “예전같으면 인근 토지시장이 들썩였을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마곡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마곡지구 보상금도 SH공사가 제2금융권에 1월말 1200억원을 넣어뒀다. 하지만 이곳에서 600억원만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을 뿐이다. 위례 신도시 예치은행인 성남농협과 한 시중은행에도 입금액 각각 1400억원, 1300억원 중 900억원, 700억원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토지보상으로 어마어마한 자금이 풀리고 있지만 분위기는 예전같지 않다. 그전에는 주변 일대를 둘쑤시며 풍선효과를 연출했다. 지금은 대부분 금융권 등에 부동화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2006년만 해도 전체 보상금 6조6508억원의 37.8%가 부동산에 재투자된 것으로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나타났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토지 재투자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토지보상금이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에 풀린 10조원 중 절반 가량은 투자할 곳만 나타나면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는 ‘대기성 단기부동자금’으로 은행에 예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토지보상금의 3분의 1 가량은 수익형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 판교신도시 상가와 상업용지에 수천억 원대의 돈이 쏠리고 있는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 일부만 수익형 상품으로 이동 = 토지공사와 성남시에 따르면 지난 15일과 16일 판교신도시 상업·생활용지 공급분 입찰 결과 총 12개 필지 중 주차장 용지 2개를 제외한 10개 필지가 낙찰됐다. 특히 중심상업용지 4필지, 근린상업용지 2필지, 근린생활시설용지 3필지 등 상업용지 9필지는 기대 이상의 낙찰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낙찰가액도 1029억9096만원에 달해 뜨거운 투자열기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최근 4개월간 판교신도시 상업용지와 상가에 투자된 자금은 2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 10%만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대토형식으로 다시 토지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토지보상금을 받은 이들은 이제 아파트나 토지가 아니라 임대수익이 보장된 오피스텔이나 강남 상가 등을 투자상품으로 손꼽고 있다”며 “이는 일부 호재가 있는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하고 일반 아파트로 자산을 불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 증시나 부동산 시장에 빠르게 유입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당분간 투자나 대토를 목적으로 실제 토지거래가 들 불처럼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기 상황이 호전되면 오산, 동탄, 용인은 물론 서울 주변까지 경부축 아파트나 땅 값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많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기자 kj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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