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대기업 군살빼기 본격화

유동성 악화 우려가 있는 9개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금융권 채무가 500억원이 넘는 곳 가운데 잠재 부실 우려가 있는 430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도 막바지에 돌입, 산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ㆍ하나은행ㆍ외환은행ㆍ농협 등 채권단은 지난달 31일 9개 대기업그룹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을 마쳤다. 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이 6곳으로 가장 많고, 하나ㆍ외환ㆍ농협이 각 1곳씩이다. 일부 그룹은 핵심계열사 매각 등을 놓고 채권단과 막판 협상을 하고 있어,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은 추후에 확정될 예정이다. 약정체결 그룹 중 재계순위가 가장 높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수년간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확장해왔지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부족에 시달려왔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투자자들에게 제시한 풋백옵션이 아킬레스건이다. 이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3조5000억원 가량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올해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1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한 계약이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가 1만400원대에 불과해 풋백옵션 행사시 3조~4조원을 들어 차액을 보전해야한다. 금호그룹은 이를 위해 금호생명 매각을 추진중이며, 최근 서울고속버스터미날도 매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다는게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핵심계열사만 내놓으려 한다면, 근본적인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고 압박했다. 동부그룹은 핵심계열사인 동부메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조성하는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산은은 동부그룹에 우선매수권을 주면서 동부메탈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가격을 조율하고 있다. 동양메이저와 애경그룹 등도 자산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하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대한전선은 최근 대한ST 등 일부 계열사 매각을 완료한데 이어, 주력인 전선업을 제외한 비주력계열사 수 곳을 추가로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이 주채권은행인 유진그룹도 올해 1200억원대의 계열사 지분 매각과 500억원대의 부동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데 이어 추가 자산매각을 계획중이다. 채권단과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한 이들 그룹은 분기별로 구체적인 자구계획을 제시하면, 채권단이 이행 실적을 점검한다. 이행 실적이 부진한 대기업은 1차 이행 촉구 이후 2차로 이행기간 재설정, 3차 신규 여신이나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중단, 여신 회수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재무평가에서 불합격을 받고도 업종 특수성과 환율변동이 참작돼 약정체결 대상에서 빠진 H그룹, 2007년 해외업체 인수 이수 유동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는 D그룹 등도 자체적인 자금 조달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채권단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430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도 이달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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