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에 공급하는 공급가가 공개된지 3주째가 됐다. 아직 뚜렷한 가격인하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정유사간의 보이지 않는 눈치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가격하락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엎치락 뒤치락' 가격경쟁 시작됐나
3번째 공개인 5월 둘째 주 최고가 업체는 570.35원을 받은 현대오일뱅크로 나타났다. 2번째 공개때 최고가였던 GS칼텍스는 SK에너지에 이어 두번째로 가격이 낮았다.
SK에너지가 전체 물량의 65%를 도매상격인 SK네트웍스 등 대리점에 보내는 점을 감안하면 GS칼텍스가 최대한 가격폭을 낮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급가격 공개는 결국 주유소 마케팅에 직접 연결돼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데다 몇곳 되지 않는 정유업체간의 자존심 문제까지 걸려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앞서 1차 공개당시 최고가 공급업체였던 에스오일이 일주일뒤 2차 발표에서 휘발유, 자동차용 경유, 등유 등 거의 모든 제품에서 최저가로 전세를 역전시킨 것 역시 마진 감소를 무릅쓴 가격인하 노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1차 발표 당시 최저가 공급 업체와 최고가 공급업체간의 가격편차가 18.46원이나 됐던 것이 2차 발표에는 6.91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 역시 업체간 가격경쟁이 시작된 징후로 해석된다. 다만 3주째에는 가장 최고가인 현대오일뱅크와 최저가 SK에너지간의 가격 편차가 다시 12.49원으로 벌어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아직 추세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조짐은 좋다"며 "2주째만에 순위 역전이 발생한 것은 가격인상 요인을 발생했음에도 불구, 에스오일이 인상폭을 최소화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효과 없으면 '극약처방?'
정유업계에서는 정부가 평균 공급가격 공개로 가격인하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주유소·대리점별 공개 등 공개범위를 확대하는 보다 강력한 수단을 들고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5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세계 경제가 위기극복의 징후를 보이면서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에는 국제유가가 다시 80~100달러선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경제위기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기 시작하면 기름값도 따라 오를 수 밖에 없어 인하압력이 다시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공급가격 공개가 유류세 인하 여론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의 지속적인 홍보에도 불구, 일반 국민 대부분이 휘발유가격에서 유류세 비중이 얼마나 큰 지 모르고 있던 만큼 세금이 부과되기전 공급가격과 세후가격, 그리고 주유소 판매가격까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게 되면 가격 편차를 실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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