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을 한 이유는 뭘까.
이는 검찰의 수사에 따른 심리적 부담과, 대통령 시절 그토록 강조했던 자신의 '도덕성'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 자신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은 물론 부인은 권양숙 여사, 그리고 자녀들마저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를 받았다.
측근들도 연이어 구속되거나 법정에 서면서 이에 대한 상당한 책임감과 향후 상황의 변화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도 노 전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고,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며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고,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고 밝힌 노 전 대통령의 유서에서도 이 같은 정황은 엿볼 수 있다.
검찰의 수사에 대한 불만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이 "검찰과 언론이 봉하마을 얘기는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몰아간 것 아니냐. 검찰이 정치적으로 매장시킨 타살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노 전 대통령 정치생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도덕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도 견디기 힘든 부담으로 작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지지자)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 밝힌 대목도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부인인 권여사, 아들 건호, 딸 정연씨 등 일가족이 검찰청을 드나들게 되면서 가족이 부패했다는 인식을 견디기도 힘들었을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따라 사태를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을수 있을뿐 아니라 변화 가능성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자손심에 상처를 입지 않는 방법으로 투신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며칠 전부터 주로 사저 집무실에 머물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정신적 압박감이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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