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이 한국을 방문,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지난 14일 방한한 챔버스 회장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그린IT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5년 동안 한국에 약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의 IT산업의 수준과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을 보고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한 챔버스 회장은 이에 따라 올해부터 한국에 지능형 도시개발 및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고 IT벤처 투자펀드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챔버스 회장은 이날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한국 투자계획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시스코 회장은 20억 달러의 투자 선물 외에도 15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의 지능형 도시화 사업을 돕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또한 챔버스 회장은 "2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것은 첫 단계"라며 "투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추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챔버스 회장에 따르면 시스코는 중국과 인도에 10억 달러 미만의 첫 투자를 진행했지만 현재 중국에는 160억 달러, 인도에는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자들과 네트워크 기술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눈 챔버스 회장은 오후 중국으로 출국했다.
시스코 회장이 이처럼 한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시스코가 새로운 혁신 기지를 아시아 시장으로 이동시키며 한국의 IT기술 발전 수준과 통신산업의 발달, IT인프라 가치 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챔버스 회장은 실제로 이번 투자에 대해 "연구소 하나만 세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비즈니스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코와 국내 IT기업들과의 협력과 공조를 통해 세계 시장에 통용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또한 챔버스 회장은 "IT 비즈니스 측면에서 신규 도시의 건설 초기부터 IT기술을 접목 미래형 첨단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지능형 도시개발 사업 투자 의도를 밝혔다. 이는 챔버스 회장이 한국의 U-시티 전략을 통해 시스코가 계획하고 있는 미래 네트워크를 구현하겠다는 뜻이다. 챔버스 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네트워킹 기술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며 네트워킹 기술이 우리 삶과 업무 진행 방식을 혁신시킬 수 있다"고 말해 첨단 미래도시에서의 네트워크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존 챔버스 회장은 지난 1977년 세계적인 IT기업인 IBM에 입사한 후 왕 컴퓨터 연구소를 거쳐 지난 1991년 시스코의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이긴다"며 속도경영을 강조했고 시스코에 합류한 이후 70개가 넘는 기업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시장 리더 자리를 유지하고 속도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 연구개발보다 외부 인력과 아이디어를 흡수해야한다는 그의 경영철학 때문이었다. 이후 시스코의 성공 신화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챔버스 회장의 이같은 경영 철학은 시스코를 네트워크를 장비를 파는 업체에서 그린 솔루션과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또한 그의 경영철학은 '혁신'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챔버스 회장은 아시아 지역을 새로운 혁신 지역으로 보고 지난 2006년부터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속도경영을 하는 그가 아시아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시스코의 투자를 받은 인도의 경우 방갈로르에 설립된 세계화센터가 글로벌 브리핑센터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인도가 IT분야 핵심 국가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미리 예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 챔버스 회장의 국내 미래 도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결정은 한국이 첨단미래 도시 분야에서 앞선 국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보게 했다.
함정선 기자 m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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