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 죽어있는 라일락 꽃 피운 검찰

"죽어있는 라일락에서 꽃을 피웠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이인규 검사장은 최근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 수사 재개를 두고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중수부는 지난해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세종증권 매각비리'를 수사하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세금포탈 및 뇌물증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당시 정관계에 일파만파 퍼지던 '박연차 리스트'에 대해 "로비 리스트는 없다. 향후 로비 혐의가 확인되면 언제든지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선을 그은 채 수사를 종결했다. 올초 검찰 정기 인사로 새롭게 중수부를 맡게 된 이 검사장은 전임 수사팀으로부터 박 회장 계좌 및 통화내역 등 압수수색 물품을 전달받은 후 한달 보름간 기초 분석작업에 들어간 뒤 3월부터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수부는 지금까지 송은복 전 김해시장,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구속했으며,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의 뇌관은 검찰의 칼날이 과연 여의도 정가에까지 미칠 수 있느냐 여부다. 검찰은 24일 박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 현역 의원도 수사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선포했다. 검찰은 현재 여야를 포함한 현역 의원 3~4명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소환 날짜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현직 의원에 대해선 예우를 갖추려고 한다"며 조심스럽게 여의도 정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현재 서갑원 민주당 의원 등 야당에서 1~2명과,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 등 여당에서 1~2명이 검찰의 소환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 리스트'에 거론된 정치인들은 현재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검찰의 수사가 과연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편 이광재 의원의 구속 여부는 2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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