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업체인 코카콜라의 후이위안(匯源) 인수가 결국 물거품이 되자 중국이 말로만 외국자본에 우호적일 뿐 실제로는 여전히 산업보호주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각국이 자국산업보호를 강화하고 있는데 반대한다면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기술과 자본을 사들이고 기업 인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해외자본의 중국내 활동에 대해서는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최근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늘리기 위해 지방정부의 승인권한을 강화했지만 이 역시 1억달러 이하 소규모 투자만 해당될 뿐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8일 글로벌 음료업체 코카콜라와 중국 최대 과일주스업체 후이위안간 인수합병(M&A)를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발표하면서 양사의 합병이 중국시장내 독점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19.4%에 달한다.
이에 따라 상무부는 코카콜라가 인수 후 후이위안 브랜드를 포기할 것을 요구했으나 코카콜라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카콜라측은 후이위안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다면 인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당국이 겉으로는 반독점법 위반을 내걸고 있지만 속내는 자국 브랜드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것이며 중국의 보호주의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석가들은 중국 당국이 원치 않는 외국인 투자를 막기 위해 반독점법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중국의 반독점법에서 독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코카콜라가 후이위안을 24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선언하자 중국인들은 알짜 국민기업을 외국에 넘기면 안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특히 코카콜라의 시장 독점을 우려한 중국 음료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
코카콜라의 인수 무산에 따라 향후 3년간 20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 지켜질지 미지수다.
한편 시장에서는 코카콜라가 인수 무산으로 인해 자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제안 당시 내걸었던 인수가격인 주당 12.2홍콩달러는 역대 후이위안 주가보다도 높은 금액이며 현 주가가 8홍콩달러 전후임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최근 글로벌 자원업체와 자동차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이같은 행보는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국영 알루미늄업체인 차이날코는 세계의 2위 광산업체인 호주의 리오틴토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호주의 반대여론이 거세 난항을 겪고 있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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