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 자본규제 기준 바뀌나

BIS비율 대신 TCE 부상...은행권 증자 나서

은행들의 새로운 자본건전성 지표로 단순자기자본(TCE) 비율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현재 실시중인 은행권 스트레스테스트(stress test)에서는 물론 향후에도 TCE비율을 비중있게 본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은행들의 자본확충 방식에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많지만 TCE비율이 낮은 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돼 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순자기자본비율은 자본구조 중에서 '보통주'라는 순수 자기자본만 따지는 방식이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나 기본자본(Tier1)비율과는 달리 부채성 자본은 배제하기 때문에 최근 은행들이 자본확충수단으로 활용한 하이브리드채와 후순위채는 인정하지 않는다. 배당을 해야하는 우선주도 제외한다. 자산의 위험가중치를 두지 않아 산출 과정도 간단하다. TCE비율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최근 은행권 자본지원프로그램에 따른 스트레스테스트 기준비율로 단순자기자본비율과 유사한 유형자기자본비율을 활용하면서부터다. 유례없는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주요은행들이 기본자본(Tier1)비율을 사상 최대치로 유지하고 있음에도 위기가 지속되자 미국 정부가 새로운 기준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씨티은행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씨티은행의 기본자본비율은 11.9%에 달하지만 TCE비율은 1.5%로 주요 대형은행 중 가장 낮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기본자본비율은 9.2%이지만 TCE는 2.8%에 불과하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산이 상각되면 보통주 자본금은 '0'이 될때까지 손실을 흡수하고, 보통주 자본이 소멸되고 나면 우선주 자본이 추가적 손실을 흡수한다"며 "TCE비율이 중요해진 것은 이처럼 회사의 손실을 가장 먼저 흡수하는 보통주의 성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TCE비율은 평균 6.23%로 미국과 유럽계 은행에 비해서는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국내은행권에서는 우선주가 보편화되지 않은 탓이다. 금감원이 우량하다고 판단하는 TCE비율은 6%이다. 은행 경영실태평가시 TCE비율 6% 이상은 1등급, 4% 이상은 2등급을 받는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한국씨티(7.51%)ㆍ국민(6.49%)ㆍ하나(6.04%)ㆍ외환(6.01%)은행이 6%를 넘고, 신한(5.58%)ㆍ우리(5.19%)은행은 5%대이다. 양현근 금감원 부국장은 "현재 실시중인 은행권 스트레스테스트에서도 TCE비율을 들여다 보고 있다"며 "향후 경기침체 등으로 자산손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존 BIS비율, 기본자본비율과 함께 TCE비율의 추이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TCE비율이 새로운 자본건전성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은행들의 자본확충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지주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회사 국민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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